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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복제(複製) 한국인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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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인간 복제(複製)가 상업화하여 이미 한국사람도 8명이 캐나다 생명공학 업체에 복제를 신청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대물림을 위하거나 독신주의자의 자손 만들기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복제 한국인이 탄생하게 됐다. 하지만 이미 판소리 열두 마당 속에 복제 한국인이 탄생돼 있다. 서양의 그것이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었다면 한국의 그것은 학대사가 부적으로 만들었다.

 
옹진골 옹당촌에 옹고집의 집에 동냥갔던 중을 공중에 휘저어 내동댕이치니 이를 응징코저 학대사는 짚으로 옹고집 허수아비를 만들어 부적을 써붙이니 옹고집이 복제된 것이다. 이렇게 복제된 두 옹고집이 서로 실옹(實翁)이니 가옹(假翁)이니 싸우는데 결국은 실옹이 가옹에게 세간, 가산 모조리 빼앗기고 관(官)에 고(告)했다가 팔자에 없는 곤장을 맞았으며 아내까지 빼앗긴다. 가옹이 실옹의 아내를 품고 원앙금침에서 환락을 만끽하는데 하늘에서 허수아비가 무수히 떨어지는 태몽을 꾼다. 십삭(十朔)이 되어 가옹의 복제인간을 양산하는데 "개구리 해산하듯 도야지 산문 터지듯 하나 둘 열 스물 헤아릴 수가 없다"했다. 그리고 실옹은 ‘아이구 내 팔자야’를 외치며 죽장망혜 차림으로 만첩 청산을 방랑한다. 한국의 고전에서 복제인간은 비극이다.
 
올더스 헉슬리의 <신나는 세상>에서는 인공자궁(子宮)에서 수정시킨 난자를 보카노프스키법으로 처리, 96개의 싹을 돋게 한다. 이를 증식분열시켜 96명의 복제인간을 탄생시키고 사회의 필요에 의해 배양을 달리한다.
 
따라서 이들 가치관도 달라져 부모로부터 꾸중받지도 않고, 아내나 아이들 그리고 연인들과의 사이에 감정의 갈등도 생길 리가 없으며, 섹스는 오로지 오락(娛樂)이 되고 만다. 좋은 세상 같지만 무료하고 권태로워 '소머'라는 행복제(幸福劑)를 복용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역시 복제인간 사회는 별볼 일 없다.
 
이미 복제인간을 주제로 한 영화들에서 비극과 불행이 주제가 돼 있으며 복제가 성공했다 해도 그 인간을 형성시키는 요인의 80%는 환경이므로 아인슈타인을 복제했다 해서 용모는 같을지 몰라도 천재가 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 제공을 위한 소모품 인생이거나 죽은 아이 생각을 위한 대행 인생이라면 그 생명의 존재가치 측면에서 사람 아닌 의사인간층을 형성하는 것이 되니 옹고집 세상을 웃도는 가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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