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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버미얀 대불(大佛)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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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초목이 한 그루도 없고 마치 불에 탄 산만 같다고 이곳을 지나던 신라 스님 혜초(慧超)가 써남겼듯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을 연상시키는 사암의 협곡(峽谷)에 세계 최대의 입불(立佛) 2기가 서있다.
 
혜초보다 50여년 먼저 이곳에 들렀던 현장(玄藏)법사는 이 대불들에 누렇게 황금칠을 하고 보식(寶飾)이 찬란했다 했으니 장관이 아닐 수 없었겠다.
 
아프가니스탄의 실크로드에 자리한 세계 최대요, 그래서 세계 7대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로 인류문화재로 꼽히고 있는 이 버미얀 대불(大佛)을 이곳을 지배하고 있는 회교원리주의 세력인 무장 탈레반이 1일부터 로켓포와 전차로 파괴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해 사실 여부에 초조해하고 있다. 이슬람 교리에 우상(偶像)을 둘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유네스코를 비롯, 각국 외교관들이 여러 통로를 통해 보존을 호소하고 있으며, 그곳으로부터 옮기게 해달라는 제의까지 한것으로 알려졌다.
 
불교문화재인지라 이미 얼굴 상반부가 그 옛날에 이교도(異敎徒)에 의해 깎이고 이곳을 지나갔던 칭기즈칸 병사들에 의해 다리가 군데군데 파괴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5년 전에는 텔레반의 제트기가 폭격을 가했는데 그 중 한 발이 인근에서 폭발하여 후두부에 균열이 생기고 안면에 파편자국이 나기도 했다.
 
그 반사질의 암벽에는 헤아릴수 없이 많은 동굴이 나있는데 현장법사가 보았던 7세기에는 1000명 이상의 스님이 이 동굴에서 기거하고 있었다 한다. 20여년 전 이곳에 들렀을 때에는 이곳은 히피족의 메카가 되어 동굴마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남녀 히피들이 혼거, 대마초와 섹스로 지새고 있었다. 이때 밤만 되면 대불의 가슴에서 쿵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며, 얼마나 답답해야 부처가 가슴을 치겠느냐던 대불관리인이 하던 말이 생각난다.
 
지금은 그 동굴에 2000여명의 하자라족 난민이 살림살이를 들고 들어가 불을 지피며 살고 있어 파괴를 가속하고 있다 한다.
 
관광자원으로 잘 개발하면 아프가니스탄 예산의 절반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장담하던 당시 관계장관의 말을 미루어보면 고의로 파괴할 것 같지 않고 서방측에 대한 정략적(政略的) 흥정거리로 공갈하는 것이 아닌가도 싶은데, 초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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