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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히터] '고교 투수 겸 4번타자'... 류현진이 '베이브 류스'로 불리는 이유

econo0706 2022. 9. 16. 20:47

2013. 04. 15

 

김재박은 야구 천재다. 1977년 실업야구에서 타자 부문 7관왕을 차지했다.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포함한 타격 전관왕이었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김재박 하면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일본을 울린 '개구리 점프 번트'를 떠올릴 것이다. 한국 야구사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다.

 

김재박은 명유격수이자 투수이기도 했다. 영남대 3학년이던 1975년 아시아야구 선수권 대회. 호주에 0-3으로 뒤지던 한국은 김재박을 마운드에 올렸다. 당시 3루수로 출전 중이었으니 불펜에서 몸을 풀지도 않은 상태였다. 김재박은 8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한국은 4-3으로 역전승했다. 결국 한국의 우승.

투수이자 4번 타자는 1970년대 고교야구에선 당연시되던 포맷이었다.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 신화의 주인공 김봉연은 프로야구 원년 홈런왕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가 연세대 1학년이던 1973년 라이벌 고려대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투수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환해 크게 성공한 원조는 임신근이다. 경북고와 한일은행 시절 좌투수로 이름 높았던 임신근은 어깨 부상으로 투수를 그만두자 타자로 포지션을 바꿔 수위타자를 차지했다.

한국야구의 대표적 홈런 타자인 이승엽(삼성)도 입단 당시엔 투수였다. 팔꿈치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배트를 손에 쥐었는데 타자로 대성했다. 미국과 일본에서 맹활약 중인 추신수(신시내티)와 이대호(오릭스)도 마찬가지다. 고교 시절엔 팀의 투수 겸 4번 타자였다.

 

▲ 경북고 투수 시절의 이승엽 / 경북고등학교 야구부 


박찬호는 1993년 한양대에 입학했다. 고교(공주고) 시절 포지션은 3루수. 프로골퍼 한희원의 남편이기도 한 손혁 야구해설위원이 팀의 에이스였다. 박찬호의 역할은 4번 타자 겸 구원투수.

내야수 박찬호를 영입한 한양대 당시 이종락 야구부장과 김보연 감독은 투수로서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뒀다. 한양대 시절 투수 박찬호는 크게 두드러지진 않았다. 조성민(고려대), 임선동(연세대), 손경수(홍익대), 전병호(영남대) 등 대학야구에 워낙 걸출한 투수들이 많았다.

 

▲ 현역 시절 박찬호. /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정작 최초로 메이저리그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에 스카우트된 투수는 박찬호였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24승을 기록했다. 타석에선 모두 77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그중 3개가 담을 넘어가는 홈런. 1할7푼9리의 통산 타율이면 투수에겐 3할대나 다름없다. 고교 시절 3루수 겸 4번 타자로 활약한 전력을 알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류현진(LA 다저스)이 14일(한국시간) 3안타의 맹타를 터트리자 미국 언론은 '베이브 류스(Babe Ryuth)'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베이브 루스(Babe Ruth)와 류현진의 류(Ryu)를 합성한 기발한 신조어다.

베이브 루스는 통산 714개의 홈런을 기록한 메이저리그의 원조 홈런왕이다. 신인 시절 94승을 기록한 뛰어난 투수이기도 하다. 류현진의 투타 맹활약이 미국인들에겐 베이브 루스를 연상시켜주는 모양이다. 그들에게 베이브 루스는 '야구의 신(神)'이나 마찬가지다.

 

성일만 기자 texan509@fnnews.com

 

자료출처 :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