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방송을 하면서 느끼는 야구와의 공통점
2022. 03. 22
제목은 마치 인생을 달관한 것 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번 글은 그저 평생 야구만 하다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는 요즘을 담아봤다. 누구나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분야가 인생의 축소판인 것 처럼 말하지만, 사람이 하는 많은 일들은 대부분 그런 것 같다. 야구도, 축구도, 농구나 배구도 모두 인생을 담고 있다고 느낀다. 운동이 아니어도 그렇다. 회사원들도, 뭉뚱그려서 '회사원'이라고 표현하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삶들이 있을 테고, 그 삶과 직업은 인생을 담고 있다고 생각 할 만한 상징들이 있을 것 같다.
/ 사진 - tvN '올탁구나' 방송 화면 캡쳐
누구나 기다리는 순간이 있었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기다림이란 거쳐야만 하는 순간인 것 같다. 야구를 할 때도 그랬다. 주전이 되지 못하면, 벤치에 앉아 있어야 한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 마음부터 흔들린다. 그 흔들림을 잡아줄 수 있는 것은, 결국 나 자신. 연습 또 연습이었다. 그럼에도 불안이 가시지 않으면, 운동과는 다른 전혀 다른 일을 하는 분들과 얘기를 나누려고 했다. 그러다 알게 됐다. 불안은 계속 함께 가야 하는 동반자 같은 거라고 느꼈다.
방송도 그런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아시지만, 대기시간은 길다. 그 대기시간, 그리고 다음 방송 때까지의 시간. 그것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대한 차이가 방송에서 좋은 결과물로 나올 수 있다. 물론 엄청난 노력을 한다고 해도, 시청률이나 반응이 나쁠 수 있다.
야구도 그렇지 않나.
아무리 열심히 해도, 숫자를 남기지 못하면, 못한 게 된다. 더불어 신인은 몇 번 없는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더 불안해진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신인은 늘 어렵다. TV에서 보던 선배들이 눈 앞에 보이면, 제 아무리 단단한 마음을 가졌어도, 제대로 걷고 있는지조차 헷갈릴 정도가 된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 계속되는 반복 연습을 하는 거다. 가수라면 노래를, 배우라면 자신의 역할을, 모델이라면 자신이 아닌 옷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지 않을까 싶었다.
/ 사진 - 한화이글스 제공
올 탁구나'라는 예능에 출연하면서, 불안했다. '피의 게임'을 해봤지만, 아직 예능은 초보고, 탁구는 처음이었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좋은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불안을 견디게 해주는 것은, 연습이었다. 그래서 매일 탁구를 친다. 하루 4시간 씩 하지 않으면 다음 방송에서 뭔가 잘 안될 것 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탁구를 치고, 방송에서 그 결과물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연습한 만큼의 결과가 나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신인의 마음이 아닐까.
베테랑의 역할은 어디서나 같다
열심히 해야 한다고 누구나 생각한다. 그러나 그 열심히의 기준은 각자 다르다. 그 기준은 본인이 정하겠지만, 환경이 바뀌면, 기준이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그 기준이 되는 사람의 존재가 중요하다. '올 탁구나'라는 방송을 하면서, (강)호동형이나 (은) 지원형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 사진 - tvN '올탁구나' 방송 화면 캡쳐
수 많은 예능에서 결과를 낸 두 형들도 나 보다 더 열심히 탁구 연습을 한다. 방송에 나오는 부분은 아니겠지만, 나 혼자만 매일 4시간씩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다. 베테랑의 역할은 많은 말을 해주는 것 보다도, 스스로 열심히 하면서 후배들이 따라오게 만드는 일인 것 같다. 두 형들의 솔선수범은 다른 멤버들에게도 전염이 된다. 그렇게 팀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방송과 야구가 비슷하다고 느낀 점은 더 있다.
도움을 주는 분들의 존재다. 총괄PD님도, 현장PD님과 작가님들도 있지만, 현장에서 보조 역할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잠도 잘 못 자고 고생이 심하다. 그분들을 볼 때면, 그라운드에서 운영보조를 해주시던 분들이 생각났다.
경기전 연습, 그리고 캠프에서도 마찬가지다. 배팅볼을 던져주는 것은 코치님들 뿐만이 아니다. 프런트 직원들도 해야만 하는 일이다. 정말 많은 선수가 타격을 하려고 대기하고 있기 때문인데, 한 두 명이 던져준다고 해결 될 수 있는 양이 아니다. 그만큼 고된 일이다.
현역일 때, 그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은, 가끔 식사를 함께 하는 정도였다. 그분들의 도움이 없다면, 타자들의 연습에 큰 지장이 생긴다.
방송도, 야구도, 또 세상 그 어떤 일도, 우리의 삶과 같다. 혼자 잘 할 수는 없다. 야구 연습을 혼자만 열심히 한다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열심히 하기 위한 나에게 도움을 준 분들도 많다. 선수단 동료뿐만이 아니다. 프런트도, 위에 얘기한 운영 보조 분들도 모두 '우리'다.
이런 우리의 노력이 모여 매일의 매주의 결과가 나온다. 좋은 결과만이 내 것일 리 없다. 나쁜 결과도, 패배도, 또 승리도 모두 우리가 만든 결과다.
방송을 하면서 야구를 생각한다. 야구를 했기에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느낀다.
팬분들의 각자의 삶에 야구가 조금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근우 / 전 프로애구 선수. 현 최강야구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