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프로野球 亂鬪史]

[한국프로야구 난투사] (42) LG 팬들 '유리병 응원', 이게 뭡니까

econo0706 2022. 9. 17. 14:20

2014. 02. 11

 

1995년은 서울 라이벌로 ‘한 지붕 두 가족’ 소리를 듣던 OB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뜨거운 경쟁을 전개했던 해였다. 두 팀은 시즌 내내 가슴 졸이는 선두 다툼을 벌였고, 덩달아 응원하는 팬들도 과열 양상을 띠었다. 열기가 끓어 넘친 나머지 옆길로 빗나간 일만 없었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런 일이 어디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그라운드의 분위기다.   

중반전 고비 길을 향해 치달리던 OB와 LG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것은 6월 15일 잠실구장이었다. 바로 그날 문제의 유리병 응원 사건이 터졌다.

 

▲ 입추의 여지가 없는 양 팀 응원 관객들 / 일간스포츠

 

그 전에 약간의 배경설명이 필요하다. OB는 1994년 시즌 막판인 9월 4일 선수들이 윤동균 감독의 강압적인 지도에 반발, 집단으로 이탈하는 파동(9월 4일)을 겪었다. 그 바람에 팀은 7위로 고개를 숙였다. OB 구단은 덕장 김인식 감독을 영입(9월 28일), 팀 재정비에 나섰다.  1995년 시즌 전 전망은 4강권 진입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의 우산 아래 모인 OB는 놀라운 응집력을 보였고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위권에서 맴돌았다. 눈부신 도약이었다.

LG는 1990년 MBC 청룡을 인수 창단한 첫 해 백인천 감독의 인솔로 첫 우승을 일궈낸 뒤 4년 만에 이광환 감독의 이른바 ‘신바람 야구’로 1994년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 신예 3총사와 한대화, 이상훈 등이 주역이었다. LG는 1995년에도 여전히 강자의 평가를 받았다.

LG 후반기 초장인 7월 25일부터 태평양 돌핀스 3연전 싹쓸이를 발판 삼아 8월 27일 쌍방울 레이더스전까지 12연승 행진을 펼쳐 OB와 끝까지 마음 놓을 수 없는 순위 다툼을 벌였다. 

페넌트레이스를 마감 성적은 OB가 74승 5무 47패(승률 .607), LG가 74승 4무 48패(승률 .603)로 반 게임 차였다. ‘눈터지는 계가 바둑’ 양상이 시즌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졌다. 미세한 차이로 OB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했고, LG는 정규리그 3위 롯데 자이언츠(68승 5무 53패, 승률 .560)와 플레이오프를 가졌으나 3승 4패로 패퇴하고 말았다. 그해 OB는 LG와의 상대전적에서는 6승 1무 11패(승률 .361)로 현저한 열세였다.

어쨌든, OB는 6월 8일 한화 이글스전 승리 이후 내처 연승행진을 벌여 6월 21일까지 9연승을 기록했다. 무서운 기세였다. LG도 같은 기간 상승 기류가 수그러들지 않았다. OB가 4연승을 거둘 시점까지만 해도 LG는 OB에 반 게임차 앞선 선두였다. 그런 참에 정면 대결한 양 팀은 6월 14일 더블헤더(연속경기) 첫판에서 3-3으로 비긴다음 제2경기에서는 연장 13회 피나는 접전 끝에 OB가 8-7로 이겨 반 게임차로 선두가 뒤집혔다. 양 구단 응원 관중들은 후끈 달아올랐다.

OB가 반 발자국 앞선 가운데 잠실에서 다시 만난 양 팀은 3만 500명의 관중이 꽉 들어찬 가운데 투수전을 전개했다. OB는 그 경기에서 6승 투수 김상진이 완투했고, LG는 7승 투수 김태원이 선발로 나서 8이닝을 소화했지만 OB 김형석에게 솔로홈런, 임형석에게 2타점을 허용하며 4실점했다. 경기는 OB가 4-1로 이겨 한 고비를 넘겼다. 경기 자체는 깔끔했지만 스탠드 열기가 워낙 과열된 탓에 작은 불씨가 그예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 깨진 유리병을 줍고 있는 심판과 관계자들 / 일간스포츠


1995년 6월 17일치 <일간스포츠>에는 ‘만원 열광의 그라운드, 아직도 유리병 응원입니까’라는 관중들의 빗나간 응원에 침을 놓는 기사를 실었다.

그날 OB-LG의 경기가 벌어진 잠실구장에는 1, 2위 팀 간의 경기답게 만원관중이 입장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LG쪽은 그룹 신입사원 350명이 외야 오른쪽 스탠드에서 조직적인 응원을 했고, 3루 쪽의 OB 팬들은 선발투수 김상진의 사진피켓을 흔들며 맞서 열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나 7회 말 LG 공격 때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이 나오자 LG를 응원하던 일부 관중들이 그라운드로 유리병 따위를 마구 집어던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깨진 유리 조각으로 인해 경기진행이 어려워졌다. 심판들과 LG 직원들, 수비하던 OB 선수들이 서둘러 유리 파편 줍기에 나섰다.

 

▲ 깨진 유리병을 줍고 있는 OB 베어스 선수들 / 일간스포츠


당시 3컷의 <일간스포츠> 사진에서 ‘일그러진 관전 행태가 아직도 그라운드를 멍들게 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야말로 ‘그라운드의 빛과 그림자’였다.

 

홍윤표 선임기자

 

자료출처 :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