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 야구

[베이스볼 라운지] 야구와 복수

econo0706 2022. 9. 25. 14:30

2007. 05. 08.

 

새삼스레 복수가 화제다. 그 복수극의 주연은 프로야구 구단주이기도 한 재벌 회장이다.

사실 야구에서는 보복행위가 종종 일어난다. 빈볼에 빈볼로 대응하는 것이 ‘낭만’으로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물론 복수에는 반드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삼성 배영수는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치로의 엉덩이를 맞히는 ‘복수’를 했다. 일본 투수가 이승엽의 머리를 향해 던진 위협구에 대한 복수였기 때문에 이치로도 아무 말 못하고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1루로 걸어나갔다.

당시 배영수는 “변화구를 던지려다 공이 손에서 빠졌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했지만 슬로비디오에 드러난 배영수의 그립은 직구. 물론 구속도 144㎞나 됐다.

배영수는 네티즌들로부터 ‘배열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렇다면 복수는 투수만 할 수 있는 것일까. 야구인 백인천은 “일단 번트를 대서 1루쪽으로 굴려, 투수가 베이스 커버를 들어오는 상황을 만드는 거지. 그 다음에 1루에서 냅다 받아버리거나 발을 콱 밟아 버리는 거야”라며 일본 시절 얘기를 하곤 했다. 아주 오래된 얘기다. 백인천은 “장훈 선배에게 배웠다. 그게 재일 한인 차별에 대한 일종의 복수였다”고 말하기를 좋아했다.

야구의 복수는 언제?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토니 라루사 감독은 “복수는 상대를 다치게 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 선수를 보호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아주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다. LA 다저스 전 감독이었던 토미 라소다는 중학교 2학년 시절 뉴욕 자이언츠 소속의 버스터 메이너드에게 사인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일을 잊지 않았고 결국 마이너리그에서 투수와 타자로 만나 위협구 연속 3개를 던져 복수를 했다.

모든 보복행위가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명분이 있어야 한다. 감독조차 모자에서 허리띠, 스타킹까지 갖춰 입어야 하는 야구는 그 어떤 종목보다 예의와 명예를 존중하는 종목이다.

복수는 이를 깨뜨렸을 경우에 일어난다. 지난 4일 LG 봉중근의 빈볼은 재벌 회장의 그것처럼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이후 LG의 2연패는 명분 없는 싸움이 가져 온 후유증일 가능성이 높다.

자, 무엇보다 바람직한 복수는 야구 실력으로 갚는 복수다. 삼성 시절의 이승엽은 2003년 8월10일 빈볼 시비로 인한 몸싸움 도중 LG 서승화의 왼손 스트레이트를 얼굴에 맞았다. 멍이 들 정도로 강펀치였다.

그러나 이승엽, 주먹 대신 방망이를 들었다. 8월 22일 잠실 LG전에서 서승화의 146㎞ 직구를 잠실구장 한가운데로 넘겼다. 아픔은 서승화가 더 컸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자료출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