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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돌파(正面突破)] 선출단장의 한계? 출신보다 중요한게 있다

--최익성 야구

by econo0706 2022. 11. 1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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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02.

 

포스트시즌 개막으로 가을잔치가 열렸지만, 한쪽에선 칼바람이 불고 있다. KIA 조계현 단장을 비롯해 팀수뇌부가 성적 부진을 이유로 줄줄이 물러났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KBO에 선수출신 단장 시대가 열렸지만, 이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삭풍엔 선수도 예외가 아니다.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팀의 선수들이 대량 방출되고 있다. 기대에 못미치거나 성적이 안나오면 짐을 싸야 한다. 그리고 누군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다음시즌 야구를 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지만, 작별은 아쉽고 만남은 설렌다.

최근 ‘야구가 재미없다’고 하고 ‘누가 야구를 보냐’고도 하는데 꼭 그렇진 않다. 지난달 31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정규시즌 1위 결정전 티켓 1만 2244장은 단 9분만에 매진됐다.

KBO는 코로나19로 거의 2년간 관중없이 야구를 했다. 당연히 야구 인기가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야구만 그런게 아니다. 축구, 농구, 배구도 마찬가지다. 야구는 워낙 관심 받은 종목이라 시선에서 멀어지고 인기가 잦아들자 확 체감이 된 거다. 여기엔 몇몇 선수들의 일탈과 도쿄올림픽 여파도 한 몫 했다.

그래도 1등은 나오기 마련이다. 정규시즌 직후 KT 이숭용 단장에게 축하 인사를 보냈다.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이 단장은 선수출신으로 팀을 잘 운영했다.

일각에서 팀 성적이 안나오는게 선수출신 단장의 한계라고 한다. 올해도 선출 단장은 7명이었다. 그러나 이 단장을 보듯 출신의 문제가 아니다.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아닌지가 관건이다. 노래방이 잘되면 다들 노래방을 창업하는 것처럼 야구계도 선출 단장이 유행을 탔을 뿐이다.

출신보다 중요한 건, 야구를 보는 안목과 확신이다. 단장은 운영자이며 판을 짜는 사람이다. 구단과 선수 사이에서 주요 역할을 해내야 한다.

이숭용 단장은 KT의 최단기간 정규시즌 우승에 일조했다. 이 단장에 대한 올시즌 평가를 내리긴 무척 쉽다. 프로는 성적을 내면 잘 한거다. 여러번 우승한 감독이 명장인 것처럼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아무리 사람좋고 끈끈해도 승률이 안나오면 아웃이다.

선수시절부터 봐 온 이숭용 단장은 너무 강하지도 너무 약하지도 않은 캐릭터다. 라커룸에서도 감정을 확 드러내며 강하게 선수들을 휘어잡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뒷전으로 빠지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자기중심을 잡으며 팀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사실 존재감이 없으면 주장을 못한다. 그게 단장의 덕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단장을 뽑을 때 중요한 건, 팀 상황에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리빌딩 구단의 단장은 과감해야 한다. 총대를 메야 한다. 반면 중간이나 창단팀은 서서히 팀을 끌어올려야 한다. 선수단과 유화되는 단장이 맞을 수 있다.

꼭대기 팀의 단장은 힘들다. 잘해야 유지고 못하면 내려가는 길 밖에 없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프로야구는 순환구조다. 성적은 돌고 돈다. 대표는 운영 사업가, 단장은 선수 사업가, 감독,코치는 기술자다. 팀 상황에 맞게 사람을 써야 한다.

롯데 성민규 단장에 대해선 좋게 평가한다. 향후 이숭용, 성민규 단장 같은 야구인이 리그를 이끌 것으로 전망한다. 이 단장은 중간에서 차분하게 중심을 잡을 것이고 성 단장은 준비된 단장이다. 자기 목소리를 숨기지 않는 몇 안되는 단장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목소리를 내면 욕을 먹기 쉽다. 앞으로 튀어나오면 망치로 맞기 마련이다. 자기 자리에 안주하면 크게 욕 먹지 않는다. 성 단장은 지난 7월 실행위에서도 리그중단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한 과연 누가 검정고시 출신 선수를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을 수 있을까. 롯데는 2020신인드래프트에서 홈스쿨링으로 검정고시를 통과한 김서진(17)을 지명했다. LG 한선태에 이어 리그 두번째 비선수 출신이 지명받은 것. 당시 성 단장은 김서진의 운동신경과 순발력을 높이 사며 “체계적으로 육성하면 성장가능성이 높다”라고 평가했다.

한화 정민철 단장은 선수생활을 함께 했는데, 입에 쓴 약처럼 단점만 언급하자면 사람이 너무 좋다. 정 단장이 자기 생각대로 확 바꿀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는 선수시절부터 1등만 했기에 위에서 끌고가는건 될텐데 밑에서부터 끌어올리는건 힘들 수 있겠다는 노파심이 든다.

한화는 계속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탈출을 위해 때론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현장과 소통하며 맞다고 생각하면 밀고 나가야 한다.

각 팀 단장은 구단의 얼굴마담이 아니다. 선수를 자르고 정리하는 역할이 본분의 다가 아니다. 그렇다고 총알받이도 아니다. 단장은 단장의 소임이 있다.

 

최익성 / 저니맨 대표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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