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 - 이형기
구식이긴 하지만
편지는 역시 연애편지가 제일이다
수동이든 전동이든
편리한 타자기론 한숨이 배지 않아
쓸 수 없는 편지
그래서 꼭 쥔 연필 한자루
입맞추듯 때때로 침을 묻혀가면서
글씨야 예뻐져라 또박또박
또박또박이 제깍제깍으로 바뀌어
밤을 새는 편지
답장은 없다 다만 창밖에
스산한 찬바람이 낙엽을 굴린다
(그래야지 그래야지)
그래야만 애가 타서 또 쓰는 편지
그것은 타자를 쳐서 사진식자로 인쇄하는
홍보용 인사장이 아니다
일대일이다
이쪽도 혼자 저쪽도 혼자
실은 저쪽한테 묻지도 않고 이쪽이 혼자
또박또박 제깍제깍 밤을 새우는
지금도 창밖에는
답장없는 스산한 찬바람
낙엽이 굴고 있다
(그래야지 그래야지)
그래야만 애가 타서 또 쓸밖에 없는
편지는 역시 연애편지가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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