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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유럽에선 축구와 스포츠에 인생 걸지 않더라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9. 2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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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3. 23

 

최근 보름 일정으로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스케이팅과 관련해 네덜란드를 갔고,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선 한국 선수들 경기 및 유소년 훈련 과정 등을 살폈다.

이번 출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도 오후에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스포츠, 더 좁히면 축구를 즐기는 10대 중반 청소년들의 모습일 것이다. 네덜란드에선 빙상연맹 산하 스케이트장을 방문했는데 14~16살이 된 10대 소녀 3명과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언젠가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에 나가야하지 않겠는가”란 질문에 그들은 하나 같이 “아직은 어려서 잘 모르겠다. 일단 스케이팅이 좋으니까 더 타보고 나서 선수를 할 지 결정하겠다. 지금은 클럽에서 즐겁게 배우고 있다”고 했다.

 

포르투갈 명문 FC포르투 캠프에서 만난 15세 소년 호드리구는 “축구도 배우지만 탁구도 즐기고 있다. 축구가 좋지만 탁구를 더 잘해서 아직은 모르겠다”며 웃었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각 클럽은 대개 오후 6시부터 유소년 훈련을 진행했다. 선수들은 오후 1~2시에 수업이 끝난 뒤 각자 휴식을 취하다 저녁이 되면 유니폼을 받아들고 공을 찼다. 물론 모두가 마음 편하게 운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네덜란드 장거리 스타 스벤 크라머는 스케이팅 선수였던 부친이 계획을 갖고 길러낸, ‘한국적’인 엘리트 선수였다. 스페인엔 한국이나 중국에서 직업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 유학 온 이들이 많았다. 유소년 육성으로 유명한 바르셀로나 내 코르네야 클럽엔 아예 중국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상당수 선수들은 축구 혹은 스포츠를 인생 걸고 하지 않는다.

네덜란드 스케이트장을 본 뒤 한국 취재진끼리 한 얘기가 있다. “한국에선 저 시간에 중·고교생들이 스케이팅을 탈 수가 없다. 왜냐하면 대학을 못 가니까”라고 말이다. 10대 중반이 되면 출세를 위해 운동에만 전념하거나, 아니면 공부를 위해 운동을 아예 외면할 가능성이 높은 게 우리 현실이다. 최근 유럽식 클럽스포츠가 도입되고 있으나, 운동 선수(축구 선수)에 ‘올인’하는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다면 클럽 역시 출세를 위한 또 다른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유럽 청소년들이 밝은 모습으로 스포츠를 만끽하고 볼을 차는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 것도 사실이었다. 우리 입장에선 그냥 좋은 참고가 됐을 뿐이다. 축구와 스포츠가 인생의 종착역이 아니라 거쳐가는 중요한 과정이 될 때 유럽 따라하기도 큰 효과를 맺을 것 같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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