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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우] 라이벌이 필요해!

--윤봉우 배구

by econo0706 2022. 10. 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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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9. 27

 

프로배구 V리그가 출범한지 어느새 18년이 지났다. 많은 이슈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배구 인기는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배구 인기가 식어가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하는 지표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국가대표의 저조한 성적과 선수 수급 부족, 스타 선수의 부재, 경기력 하향 평준화 등은 우리 배구가 정체기, 아니 하락기의 문턱에 선 것이 아닌가 하느 생각을 하게 한다.

 

​그래서 과거 V리그의 인기 상승에 한 몫 했던 라이벌 구도의 중심에 있던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뜨거웠던 그 순간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V리그 최고 라이벌을 뽑는다면 단연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라고 생각한다.

두 팀이 쌓아온 라이벌 구도의 정점은 V리그가 출범한 2005시즌부터라고 생각한다. 두 팀 모두 그전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팀이었지만 프로 출범과 함께 다양한 요소가 추가되며 더욱 확실한 경쟁 의식이 쌓였다.

라이벌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분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승부 또는 경기이다. 하지만 현대와 삼성 이 두 팀은 단순하게 선수들만의 경쟁 구도가 아니었다. 코트 위의 선수는 물론, 코트 밖 팀과 감독, 관중석의 팬까지 모두가 치열한 경쟁을 함께 했다.

 

현대 vs 삼성

 

두 팀의 경기 있는 날이면 매진은 기본이고, 암표까지 등장 할 정도로 경기장 밖부터 입장권을 구하기 전쟁이었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되돌아가는 팬도 많았다.

두 팀의 대결이 있는 날엔 각 회사에서 응원단을 보내 경기 시작전부터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벌어지는 사무국의 신경전도 어마어마했다. 덕분에 배구팬에게 널리 알려진 경기장 스피커 사건을 비롯해 실제로 수 많은 일화가 두 팀 사이에 발생했다.

경기 다음날엔 승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 결과가 사무국까지 전달됐을 정도다. 현대와 삼성 모두다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시기다. 라이벌을 꺾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치열하게 승부했던 시절이다.

 

김호철 vs 신치용

 

어떻게 보면 이 두 감독이 라이벌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김호철 감독이 이탈리아 생활을 정리 하시고 국내로 돌아오며 동갑내기 친구이자 같은 세터 포지션 등 여러가지 라이벌 구도를 만들기 좋은 스토리가 있었고, 그런 모습에 팬들이 열광했다.

불 같은 김호철 감독과 얼음 같은 신치용 감독의 지략 대결은 경기 전, 후 인터뷰에서 많은 언론사에 아주 좋은 콘텐츠가 돼 코트 밖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선수들과 팬

 

김세진 신진식 김상우 신선호 최태웅 여오현 vs 후인정 권영민 장영기 윤봉우 이선규 이호

삼성화재 선배들은 한국 배구의 한 시대를 주름 잡았던 주인공이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진출에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V리그 출범 이전부터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그에 반해 현대캐피탈은 후인정, 이호 선배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의 신예였다. 어떻게든 삼성화재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물고 늘어져야 했다.

덕분에 삼성화재와 경기는 언제나 박빙의 승부였다. 두 팀 모두 마치 오늘이 인생 마지막 경기인 것처럼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파이팅을 외치느라 목이 쉬는 건 기본이었고, 긴장도는 최상이었다.

내 기억에 삼성화재에 패한 뒤엔 다음 대결까지 모든 훈련을 삼성화재에 집중했다. 패배의 여파도 삼성화재전에서 승리할 때까지 계속됐다.

이는 삼성화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라이벌 대결 패배 이후 훈련량이 많아지는 건 기본이다. 버스에서 쪽잠을 자거나, 휴대폰을 사용하는 여유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언제나 긴장, 또 긴장의 상황이었다.

 

그 정도로 서로가 라이벌이라는 인식을 가장 많이 갖고 생활하고, 경기를 했다.

팬들의 라이벌 의식도 상당했다. 경기장 밖 키보드 배틀에서부터 시작해 천안과 대전 두 팀의 안방에선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가득했다. 경기를 하는 선수뿐 아니라, 경기장 안에 있는 모두가 마치 자신이 경기를 하듯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다.

 

이제는 코트를 떠나 유소년 육성과 해설위원이 됐지만 여전히 당시의 기억은 생생하다.

돌이켜보면 당시 라이벌을 꺾겠다는 생각 하나에 팀의 모든 구성원이 똘똘 뭉쳐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거칠고, 맹목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목표가 분명했다. 하지만 그 덕에 많은 이들을 배구장으로, 또 TV 앞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라이벌이라는 것이 꼭 현대와 삼성으로만 그쳐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남녀 배구를 떠나 어느 팀에서도 치열한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선수와 팀 기량이 향상되어야 한다.

선수의 기량 향상은 곧 팀의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어린 선수들이 많이 닮고 싶어하는 일본의 이시카와 유키 선수도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를 마치며 개인의 능력과 경험이 있을 때 안정적인 경기력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내가 선수시절 느꼈던 것을 추가하면 바로 ‘간절함’이다. 때론 분위기에 휩쓸려 나왔던 감정일 수도 있겠지만, 간절하게 배구를 하며 지지 않아야 한다는 걸 배웠고, 지지 않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경기해야 하는지 배웠다.

그리고 팬들에게 받은 사랑은 결국 코트 위에서 모두 쏟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 그것이 배구선수 윤봉우가 코트에 섰던 유일한 이유다.

 

1점의 중요성을 알아가고, 1점을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선수 개인이 배구 이해도가 높아야만 동료와 좋은 호흡을 보여줄 수 있고, 팀이 승리할 수 있다.

높은 연봉은 곧 선수 스스로의 관리와 책임감, 그리고 더 승리를 갈구하는 프로선수 본연의 가치다. 실력과 연봉의 우선 순위를 논하기보다는 실력을 바탕으로 우승이란 목표를 쫓아갔을 때 많은 연봉과 팬들의 사랑이 자연히 따라 온다고 생각한다.

개막을 앞둔 2022~2023시즌 V리그에서 코트 위의 선수들이 사나운 맹수가 사냥감을 쫓는 것처럼 치열하게 경기를 해주길 바란다. 그렇게 할 때 배구팬은 코트 위의 선수들에게 더 많은 환호와 응원을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윤봉우 / 전 프로배구 선수, 현 이츠발리 대표

 

자료출처 : 내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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