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6. 22.
K리그 좌석에 현수막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수원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인천-전북이 벌어진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선 최근 불거진 ‘심판 로비 사태’에 걱정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각 구단 서포터들은 플래카드에 메시지를 담아 킥오프 때 활짝 펼쳤다. 최근 K리그 팬들 특징은 축구장을 더욱 열성적으로 찾으면서도 각종 비리나 의혹에 대해선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자세다. 프로스포츠는 팬을 외면할 수 없다. 그들이 내는 목소리엔, 물론 다른 구단을 비방하는 목소리도 담길 수 있지만, K리그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인천전용구장에서 만난 한 축구인은 “K리그 팬들 특징은 구단 못지 않게 리그 자체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고 했다.
▲ 수원 삼성 서포터가 15일 전주월드컵구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심판 매수 의혹과 관련된 현수막을 내걸기 위해 준비하자 경호업체 직원이 출동해 이를 철거하고 있다. / 김도훈 기자 dica@sportsseoul.com
2년 전에도 그랬다. 승부조작 선수들 복귀가 슬쩍 추진될 때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낸 쪽이 바로 팬들이었기 때문이다. 서포터들이 펼쳐든 반대 현수막은 그 어느 메시지보다 강력했다. 결국 그들의 복귀는 ‘없던 일’이 됐고, 팬들이 K리그 청렴성을 지켜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축구계 입장에선 아무래도 축구로 먹고 살 수밖에 없는 징계 대상 선수들 입장을 고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축구를 직접 소비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구단별로 메시지를 던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시민구단 서포터들은 구단 경영 부실화를 질타하거나 애정이 떨어진 지방자치단체장에 관심을 촉구한다. ‘무한 애정’은 이제 시대의 트렌드가 아니다.
▲ 인천-광주 맞대결이 열린 지난달 2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인천 서포터가 시정부 관심을 요청하고 있다. / 강영조 기자 kanjo@sportsseoul.com
K리그는 초창기만 해도 ‘유랑극단’이란 소리를 들어야 했다. 연고지는 존재했으나 정기적으로 홈 경기를 치르는 경우가 적었다. 3팀 이상이 한 도시를 방문, 지금은 상상도 못할 토·일요일 연속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다. 이후 연고지가 정착되면서 서포터들이 생겨났고 지지하는 구단을 응원하고 보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젠 리그 자체 투명성이나 도덕성을 요구하는 메시지까지 생겨나고 있다. 그럴 수록 축구계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당장 심판 로비 문제부터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떨어졌다. 18일 슈퍼매치 4만 관중 등 어려운 시기에 팬들이 K리그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열기 자체로만 만족할 수 없다. 축구계의 올바른 판단과 신뢰 회복을 촉구하는 그들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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