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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베이스볼] 헥터 3색 볼 배합, 그 독특한 난해성에 대하여

--정철우 야구

by econo0706 2022. 11. 1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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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0. 25

 

한국시리즈 1차전 KIA 선발인 헥터는 '영리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빠르고 힘 있는 공을 갖고 있지만 패스트볼만 고집하지 않는다. 다양한 구종을 섞어 가며 타자를 현혹한다.

패스트볼 외에 그가 주로 던지는 구종은 커브와 체인지업이다. 일단 구사 비율을 먼저 살펴보자.

2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 비율에서 커브가 26.7%로 체인지업의 21.9%를 앞질렀다.

의외의 결과다. 대부분 타자들은 헥터를 "직구, 체인지업 위주 투수"라고 말한다. '국민 타자' 이승엽도 헥터 공략법을 묻는 질문에 "헥터는 직구와 체인지업 투수이기 때문에…"라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헥터는 커브를 더 많이 썼다. 상대에게 많이 던졌다는 이미지를 주지 않으면서도 비중을 높이는 현명한 볼 배합을 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타자 상대 루킹 삼진 그래픽이다. 체인지업 보다 확실히 커브가 많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 2스트라이크 이후 선 채 삼진은 패스트볼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데 헥터는 그 순간에도 다양한 공을 던졌음을 알 수 있다.

좌타자 상대로 체인지업을 거의 쓰지 않은 것도 독특한 대목이다. 좌타자 바깥으로 도망가는 체인지업은 철저하게 유인구로 썼음을 알 수 있다. 일단 두산의 좌타자들은 2스트라이크 이후 승부구에서 체인지업은 지워도 좋을 듯 하다. 유인구 외엔 체인지업을 잘 쓰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은 우타자 상대 헛스윙 삼진 그랙픽이다. 몸쪽 승부는 즐겨 하지 않았다. 몸쪽에 대한 부담은 덜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바깥쪽 공략법이 다양했다. 하이 패스트볼부터 낮게 떨어지는 커브까지 3~4개 구종을 섞어 썼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확실히 체인지업이 많았다. 2스트라이크 이후 유인구가 필요할 땐 역시 체인지업 비중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헥터는 2스트라이크 이후 패스트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커브와 체인지업을 효율적으로 썼다는 걸 알 수 있다. 보통의 조합은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 있으면 빠른 슬라이더를 쓰게 마련이다. 헥터는 다르다. 또 다른 타이밍을 뺏는 구종인 커브가 주 무기다. 그의 특별한 볼 배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헥터. / ⓒ한희재 기자


중요한 건 이 공들을 바라보는 타자의 시점이다. 직구와 체인지업의 이미지가 강한 타자들에게 커브는 타이밍을 뺏기 유리하다. 간혹 타자들이 움찔 하며 뒤로 물러나지만 스트라이크 존에 떨어지는 커브를 볼 수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구종이기 때문이다. 헥터의 커브가 그런 위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다른 공을 잔뜩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게 만든 뒤 던지기 때문이다. 헥터의 커브 헛스윙 비율은 12.5%로 리그 평균인 9.5%를 훌쩍 웃돈다.

패스트볼의 위력은 두 말하면 잔소리고 체인지업 또한 좋은 각도로 꺾이는 것이 헥터의 장점이다. 헥터의 체인지업 헛스윙 비율은 15,8%로 리그 평균 13.9% 보다 높다.

헥터를 상대해 본 한 타자는 "헥터의 체인지업은 속도감이 있고 회전이 직구와 비슷해 속기 쉬운 구종이다. 여기에 커브까지 하나씩 들어오기 때문에 타이밍 잡기가 더 어렵다"고 털어 놓았다.

헥터의 3색 볼배합은 한국시리즈 1차전을 화려하게 수놓을 수 있을까. 두산 타자들이 어떤 대응책을 들고 나왔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기자 butyou@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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