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12. 14
얼마 전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서울 신사동에 완공된 13층짜리 건물에 대한 대화가 오갈 때였다. "이제 건물도 생겼으니 아무 걱정 없겠다"는 질문을 던지자 박찬호는 "그 건물은 그 다음에 할 일에 대한 기초입니다. 그 건물을 기반으로 정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 나갈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건물이 1차 프로젝트라면 이제부터 2차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진행하려고 합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2차 프로젝트'가 어떤 거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사람과 지식'이라는 두 단어를 언급했다. 지인에게서 조언을 듣고 생각했고, 결심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미래를 열어가는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을 현명하게 만들어 주는 배경은 지식이라고. 그래서 사람을 키우는 데 힘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1995년 모교 한양대에 1억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약 13억원을 '사람을 돕고 키우는 데' 썼다. 2001년부터는 재단법인 박찬호장학회를 통해 야구 꿈나무와 실직자 자녀들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199명이 혜택을 받았다. 그런데 그는 "그런 지원과는 다른, 더 전문적이고 더 구체적인 인력을 키우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 모델로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데릭 지터가 운영하는 재단을 언급했다. 96년 출범한 데릭 지터의 재단은 기금모금 행사, 뉴욕과 뉴저지(지터의 고향) 지역 학생 지원, 유소년 신체발달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지터는 지금까지 재단을 통해 500만 달러(약 50억원)를 지원했다고 한다. 그 재단의 후원으로 보다 많은 유소년이 꿈을 키우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동량으로 자라나고 있다.
박찬호뿐 아니라 홍명보.최경주 등 성공한 스포츠 스타들이 사람과 지식에 관심을 갖고 그런 일을 하고 싶어한다. 홍명보는 장학재단을 이미 운영하고 있고, 부인을 통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는 최경주도 훗날 재단을 세우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들이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은 자신이 겪고 성장한 국내 학원 스포츠의 환경이 사람과 지식에 목마르게 돼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들은 학교에 다녔지만 공부를 하지 못했다. 지식을 쌓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래서 운동장에서만 보낼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청년 시절을 후배들이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책임 의식도 갖고 있다.
박찬호를 비롯한 스포츠 스타들이 말하는 '사람과 지식'에 다시 한번 공감한다. 황우석 교수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을 보면서 사람과 지식의 중요성이 더 절실해진다.
이태일 / 야구전문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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