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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한 경기에 30리바운드를 잡은 두 괴수, 페리맨·레더

--민준구 농구

by econo0706 2022. 11. 22.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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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28. 

 

한 경기에 30리바운드를 잡은 괴수들이 있다.

1997년 KBL 출범 이래 무수한 리바운드왕들이 등장했다. 초대 챔피언인 제이슨 윌리포드부터 지난 시즌 리카르도 라틀리프(개명 전)까지 수많은 제공권의 제왕들이 존재해 왔다. 그들 중 한 경기에만 30리바운드를 잡은 선수는 단 두 명뿐. 바로 라이언 페리맨(42, 198.7cm)과 테렌스 레더(37, 200cm)가 그 주인공이다.

먼저 페리맨은 2001-2002시즌부터 2003-2004시즌까지 KBL 무대를 누빈 초창기 외국선수다. 198.7cm의 신장에 긴 팔을 자랑하며 리바운드 하나만큼은 정상급 실력을 뽐냈다. 1997-1998 NCAA에서 평균 12.5리바운드로 1위를 차지한 페리맨은 아르헨티나 리그에서도 평균 10.2리바운드로 정상에 올랐다. 이후 당시 대구 동양의 정태호 단장은 페리맨을 강력 추천하며 2001 외국선수 드래프트서 1라운드 20순위로 지명하게 된다.

김태훈 오리온 사무국장은 “순둥이도 이런 순둥이가 없었다. 그런데 막상 코트에만 나서면 리바운드 귀신이 되더라. 자기가 공격한 뒤, 다시 잡아내는 리바운드가 많은 편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리바운드 하나는 KBL 최고였다. (김)승현이나 (김)병철이, (전)희철이, 여기에 (마르커스)힉스까지 있었으니 공격은 안 해도 좋았다. 대신 리바운드 하나만 해달라고 했는데 정말 잘해준 기억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페리맨은 2001-2002시즌부터 LG로 이적한 2002-2003, 2003-2004시즌 모두 리바운드 1위에 올랐다. 특히 2001년 12월 1일 LG 전에선 무려 30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통산 1위에 등극했다. 공격 리바운드만 무려 14개를 잡아내는 등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팀은 81-86으로 패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김태훈 국장은 “리바운드 능력은 최고였는데 공격이 너무 아쉬웠다. 챔피언결정전 우승 후, LG에서 1라운드에 지명했다. 리바운드는 여전히 잘 가져왔지만, 공격에 대한 약점이 해결되지 않았더라. 롱-런하지 못한 이유다. 그래도 지금까지 우리 팀을 거쳐 갔던 외국선수들 중에서 페리맨이 가장 리바운드를 잘 따낸 선수다(득점은 피트 마이클). 지금도 농구를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고 그리워했다.

페리맨의 한 경기 최다 리바운드 기록은 10년 뒤 레더에 의해 깨지게 된다. 2011년 12월 25일 LG와의 크리스마스 매치에서 31리바운드를 기록한 것이다. 더불어 KBL 최초로 30-30(32득점 31리바운드)을 달성하기도 했다.

레더는 2007-2008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 KBL을 누빈 장수 외국선수다. 2010-2011시즌 이후, 조금씩 하락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그의 존재감은 컸다. 모비스는 말콤 토마스가 예상외로 연약한 모습을 보여주자 외국선수 자유계약 시대임에도 레더를 선택했다.

이도현 현대모비스 사무국장은 “이전에 선택했던 토마스가 기술자였던 만큼, 힘이 부족해 골밑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힘 좋고, 리바운드를 많이 따낼 수 있는 레더를 선택했고, 정규리그까지는 잘해줬던 걸로 기억한다. 플레이오프는 아쉬웠지만(웃음). 31리바운드는 정말 대단한 기록이다. 그리고 레더는 31개보다 더 잡아줄 수 있는 능력을 가졌었다”고 바라봤다.

삼성과 모비스에서 레더와 한솥밥을 먹은 박종천 KT 코치는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에 비해 코트 밖에선 굉장히 신사적인 친구였다. 너무 승부욕이 강했던 나머지 기록은 좋았지만, 팀플레이를 해친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레더는 내게 이야기를 건넸고,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31리바운드를 잡았다고 해서 크게 내색하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대신 특유의 거만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더라(웃음). 자신이 그날 최고였다는 걸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KBL에서의 마지막은 좋지 않았지만, 크게 나쁘지 않은 친구였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따로 만나고 싶다”고 그리워했다.

페리맨과 레더는 각각 2005년, 2015년 KBL을 떠난 후, 각자의 농구인생을 걸었다. 페리맨은 이탈리아 서머리그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칠레 등 중남미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2006-2007시즌 아르헨티나 리그를 끝으로 은퇴했다. 레더는 레바논과 아르헨티나 리그를 전전했다. KBL 복귀를 원했지만, 노쇠화와 좋지 않았던 이미지 탓에 돌아올 수 없었다. 2016-2017시즌 레바논 리그를 끝으로 그의 기록은 마침표를 찍었다.

한편, 레더의 31리바운드는 물론 30-30 기록은 7년이 지난 지금도 깨지지 않은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페리맨의 30리바운드 역시 마찬가지. 국내선수로는 2011년 12월 17일 이승준이 SK 전 29리바운드가 최다 기록이다.

 

민준구 기자 minjungu@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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