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11. 09
프로에서 처음 성인야구를 시작한 이른바 '프로야구의 386세대'가 있다. 지금 30대로서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거나 프로에 뛰어들었고, 60년대에 태어난 세대다. 이들도 정치권처럼 '차세대 신진 세력'으로 여겨져 왔다.
이들은 82년 프로야구 출범 때 현역으로 뛰었던 세대가 실업야구와 프로야구 사이의 과도기를 완전히 보내고 난 다음 프로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프로에서 '온전히' 선수경력을 쌓을 수 있었고 각종 기록의 맨 꼭대기를 차지했다. 장종훈.양준혁이 이만수.김성한의 기록을 갈아치웠고 송진우.이강철이 선동열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프로야구의 대표주자가 된 것이다.
겨울의 문턱, 이 변화의 시기에 프로야구 386세대의 움직임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현역으로서 운동장에서만 주인공 노릇을 했다면 이제는 프로야구를 주도하는 상징적인 리더로서 변화하고 있다. 차세대 리더로서 본격적인 자리매김을 해나가고 있는 몸짓이 눈에 띈다.
현역 386의 대표 송진우(한화).양준혁(삼성).이종범(기아)은 7일 나란히 소속팀과 재계약했다 (이종범은 70년생이라서 정확히는 '387'이지만 글의 흐름상 넣어도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이들은 구단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 프랜차이즈 플레이어다.
송진우는 "한화에서 시작했고, 한화에서 끝내고 싶다. 200승도 한화 유니폼을 입고 올리고 싶다. 영원한 한화맨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내 몸에 파란 피(삼성의 상징색)가 흐른다"는 양준혁은 FA로서는 초유의 '백지 위임'이라는 카드를 내밀고 삼성에 남았다. 삼성에 남기 위해 '무늬만 FA'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종범은 어떤가. 기아 없는 호남야구는 있어도 이종범 없는 타이거즈는 생각할 수 없는, 뭐 이런 단계다. 다른 선배들이 갖지 못한 이미지를 이들은 갖고 있다.
올해를 끝으로 은퇴한 386 김기태(SK).이강철(기아)도 주목을 받는다. 김기태는 일본, 이강철은 미국에서 각각 지도자 연수를 받을 계획이다. 이들은 현역 시절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컸고, 은퇴 뒤에도 굵직한 일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여기에 김동수(현대).지연규(한화).가득염(롯데) 등 내년에도 현역에서 계속 뛰게 될 386이 있다. 이들도 오랜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를 재산으로 앞으로도 한가닥 할 것이라는 기대와 주목을 받기 충분하다.
이들 386은 방법은 달라도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다. 프로야구의 중심, 그곳이다. 기회는 내일을 준비하는 자에게 오고, 준비된 자만이 그 기회를 잡는다. 앞으로 이들을 비롯한 386이 주축이 될 시간이 왔을 때 자랑스러운 모습을 꺼내 보일 수 있도록, 굳세어라 386!
이태일 / 야구전문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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