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08
프로야구가 지난달 30일 올시즌을 마무리했다. 이어 프로축구가 전북의 우승 확정과 함께 종착역을 달려가고 있다. K리그의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일본과 독일, 미국의 경기장을 찾지만 리그의 태생이 다르고 국민성이 다르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노하우를 우리 실정에 버무리기엔 제약이 있다는 얘기다. 축구팬들은 애써 부정하려고 하나 국내 프로야구의 흥행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올해 프로야구가 주는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 프로야구엔 개막 전부터 막판까지 여러 악재가 터져 나왔다. ‘타고투저’의 저질 야구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올해는 특히 국내에서 개최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패로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개막을 막았다. 시즌 도중엔 심판과 구단 사이 금품수수 비리가 뒤늦게 드러났다. 하지만 흔들림 없이 나아간 끝에 840만 688명이 야구장을 찾아 총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관중 급감의 K리그가 배울 점을 찾아야 한다.
▲ 롯데와 NC가 지난달 8일 만원 관중 앞에서 ‘2017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르고 있다. / 김도훈 기자
# 1. 우리팀을 만들자
야구의 흥행 지속을 보며 느끼는 것은 역시 프랜차이즈의 힘이다. 30~40대라면 어릴 때 부모가 가져다 준 지역팀 야구모자와 유니폼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필자도 MBC 청룡 유니폼을 잘 때도 입을 만큼 소중하게 간직했다. 확실한 지역 연고 속에서 출발하다보니 지금은 그 효과가 풍선처럼 커져 그들의 아들과 딸이 응원을 다니는 시대가 됐다. 팬들의 구매력도 커져 구단이 내놓는 각종 상품의 판매도 활발하다. 프로야구단에서 일한 뒤 지금은 프로축구계에 몸 담고 있는 한 인사는 “35년 전 작은 차이가 지금 엄청난 격차를 만들었다”며 “K리그엔 지금부터라도 ‘잘 하는 팀’보다는 ‘우리 팀’이 많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어떤 스포츠에서도 순위는 대회마다 가려지기 마련이다. ‘우리 팀’이 늘어나면 성적이 좋지 않아도 꾸준한 흥행을 이룰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K리그가 최근 자신 있게 내놓고 있는 유소년 육성의 중요성을 계속 놓치지 말아야 한다. 유소년 사업은 엘리트 선수 발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현재의 어린 선수들이 미래의 팬이 될 수 있다.
# 2. 리딩 구단이 4~5팀은 있어야
2017년 프로야구의 특징은 KIA와 롯데의 부활이다. KIA는 2009년 이후 8년 만에 우승하며 창단 후 첫 홈관중 100만을 돌파했다. 롯데도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하면서 사직구장에 신바람을 일으켰다. 준우승 두산, 서울 라이벌 LG도 100만을 돌파하면서 프로야구의 흥행을 이끌었다. 4대 인기구단인 ‘엘롯기두’가 리딩 구단 역할을 확실히 했다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K리그 클래식도 4팀 정도는 비슷한 실력과 인기를 갖고 흥행을 리딩할 수 있어야 한다. 수원과 서울의 하강 곡선이 아쉽다. 시즌 초반 홈구장을 임시로 쓰는 악재 속에서도 평균 관중 1만1598.7명을 유치한 우승팀 전북이 강팀을 넘어 명문 반열에 올라섰다면 수원과 서울은 경기력과 흥행 동반 하락으로 리딩 구단의 자격을 잃어가는 중이다. 수원이 시민구단 같은 평범한 팀이 되려고 탄생된 것은 아닐 것이다. 전북, 수원, 서울 등 3팀을 축으로 제주와 울산 등 지방 기업구단이 함께 경쟁해야 열기가 살아날 수 있다.
# 3. 라이트팬 왜 적을까
프로야구도 위기를 느낀 적이 있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와 함께 ‘축구 붐’이 일어났을 때다. 때마침 야구장에서 과격한 팬들이 불을 지르는 등 위험천만한 사태가 일어났다. 하지만 구단과 야구계가 경각심을 갖고 분위기를 바꿨다고 한다. 지금은 꼭 야구를 보려는 목적이 아니어도 야구장을 찾는 ‘라이트 팬’, 어린이와 여성, 가족 단위 관중이 늘어나 ‘800만 시대’ 완성에 기름을 부었다. K리그에도 ‘라이트 팬’이 늘어나야 한다. 야구 관계자들은 “프로야구에서도 흥행이 부진하던 시절, 소수의 팬들이 구단을 들었다 놨다 하려고 할 때가 있었다. 이런 문화를 척결하면서 관중석이 다시 채워졌다”고 했다. 지난해 K리그에선 서포터 앞에 감독이 불려나가는 게 유행이었다. 무릎을 꿇는 지도자도 있었다. 얼마 전엔 인천 서포터 두 명이 그라운드에 뛰어들어 전남 구단 직원을 가격한 일이 있었다. 서포터 문화의 득과 실을 생각할 때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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