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6. 02.
여름철만 되면 잠실야구장에 그들이 찾아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동양하루살이의 공습이 시작됐다.
큰 날개를 가진 생김새 때문에 팅커벨이라 불리기도 하는 동양하루살이는 몸길이 10~20mm, 날개를 펴면 길이 50mm의 대형 하루살이로, 알에서 유충으로 부화한 뒤 아성충을 거쳐 어른벌레가 되어 보통 5월부터 집중적으로 활동한다.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에 불청객 팅커벨이 나타났다. 5회 이후 갑자기 늘어난 동양하루살이로 인해 관중석은 아비규환 이었다.
곳곳에 여성팬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고, 비도 오지 않았는데 관중들은 우산을 쓰며 하루살이들의 공습을 막아냈다.
하루살이 성충들은 빛을 쫓아 모이는 주광성을 띤다. 잠실야구장 조명탑은 이런 하루살이들을 끌어모을 가장 매혹적인 빛이다. 다수의 하루살이들이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와 관중석을 뒤덮었고 그물망 곳곳에 붙을 뿐 아니라 바닥까지 하루살이들로 가득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 하루살이는 잠실구장 바로 옆에 있는 탄천 하천과 한강 부근에서 유충이 부화해 날아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늦봄과 초여름에 하천 주변에서 산란기를 맞는다고 한다.
엄청난 수의 하루살이들은 잠실구장 인근 탄천에서 서식하면서 밤만 되면 야구장의 밝은 조명을 쫓아 밤하늘을 뒤덮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잠실구장 밤하늘을 밝히는 별들이 아니라 하루살이의 공습이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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