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03. 09.
롯데 레일리는 체인지업이 주 무기인 투수다. 2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에서 패스트볼(40.0%) 다음으로 많은 27.8%의 체인지업을 던졌다.
단순히 주 무기라고 하긴 무리일 수 있다. 체인지업과 레일리는 같은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체인지업이 제대로 떨어질 때, 레일리는 한결 수월하게 상대 타자들을 잡아낼 수 있다. 하지만 체인지업 브레이크에 문제가 생기면 레일리의 성적도 떨어진다.
▲ 레일리가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서 역투하고 있다. / ⓒ롯데 자이언츠
레일리는 지난 시즌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5월 5일까지는 평균 자책점 3.10을 기록하며 안정감을 보였다. 승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 경기 내용은 좋았다.
당시 레일리의 체인지업은 수준급이었다. 타구-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 체인지업에서 가장 중요한 수평 무브먼트가 -38.56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급격한 부진에 빠진다. 5월13일부터 6월18일까지 한 달 조금 넘는 동안 1승4패로 주춤했다. 퀄리티스타트는 1번에 불과했다. 평균 자책점은 9.10. 위기였다.
주목할 것은 당시 체인지업의 움직임이 크게 무뎌졌다는 점이다.
체인지업 구속은 133km 정도에서 136km 수준 이상으로 빨라졌다. 하지만 수평 무브먼트는 -31.63cm로 줄어들었다. 수평 무브먼트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건 바깥쪽으로 변화가 생겼다는 걸 의미한다. 같은 체인지업을 던져도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거리가 짧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방망이에 걸릴 확률은 그만큼 커졌다.
결국 레일리는 2군까지 다녀오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2군행은 전화 위복의 계기가 됐다.
김원형 수석 코치의 조언으로 릴리스 포인트와 익스텐션(투수가 투구판을 밟고 앞으로 끌고 나오는 거리)이 변화했다. 릴리스 포인트는 약 4cm 정도 낮아졌다. 익스텐션이 길어지며 공을 앞으로 끌고 나와 던졌다.
체인지업 구속은 다시 133km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수평 무브먼트는 -38.57로 커졌다. 시즌 초반의 좋았을 때 체인지업 궤적을 되찾았다는 걸 뜻한다. 무브먼트가 살아나야 레일리의 체인지업도 살아남을 수 있다.
노력의 결과로 레일리는 시즌 후 작은 훈장을 하나 달았다. 한국 프로 야구에서 체인지업 무브먼트(좌우)가 가장 큰 선수로 기록되게 됐다.
레일리는 좌투수 부문에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무브먼트는 -39.82cm나 됐다. 우타자를 상대로 40cm 가까이 달아나는 궤적을 그렸다.
주목할 것은 이 숫자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록은 평균치로 계산한 것이다. 따라서 레일리의 체인지업이 제대로 꺾이지 않던 시절의 기록까지 포함이 돼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레일리의 체인지업은 -40cm 이상을 이미 기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낮은 수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훨씬 높은 수치가 기록돼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레일리가 5, 6월 고비 이후 꾸준히 체인지업 무브먼트를 키워 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시즌 후반부 체인지업은 그 움직임이 더 현란했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듀브론트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그래도 우리 에이스는 레일리다. 체인지업이 흔들리지 않는 한 레일리는 확실하게 제 몫을 해 줄 투수"라고 평가한 바 있다.
체인지업이 무조건 크게 변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레일리는 국내 최고 체인지업 무브먼트를 기록해 왔다는 걸 증명했다. 보다 큰 변화는 보다 큰 위력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지난 시즌 경기를 거듭할수록 위력을 더했던 레일리표 체인지업. 그 체인지업이 롯데를 이끌 에이스의 주 무기로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기자 butyou@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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