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김은중호 실리축구, ‘거함 프랑스’ 침몰 시켰다

---Sports Now

by econo0706 2023. 5. 23. 23:03

본문

2023. 05. 23

 

‘어게인 2019.’

김은중(44)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서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첫 경기부터 유럽의 ‘정통 강호’ 프랑스를 만나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승리를 거두는 이변을 연출했다. 2019년 폴란드에서 열린 대회 때 ‘골든 보이’ 이강인(마요르카)을 앞세워 ‘준우승’ 신화를 썼던 대표팀은 4년이 지나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이번 대회에서도 또 다른 역사를 쓰기 위한 여정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표팀은 23일 아르헨티나 멘도사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대회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프랑스를 2-1로 꺾었다. 한국은 이날 같은 조의 온두라스에 2-1로 승리한 감비아와 함께 F조 공동 선두에 올랐다. 24개 팀이 4개국씩 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는 이 대회에서는 각 조 1, 2위는 물론 조 3위(6개조 3위 중 4개국)까지도 16강에 오를 수 있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 프랑스를 꺾은 만큼 한국은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을 높였다. 대표팀은 26일 온두라스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U-20 월드컵에서 2전 3기 만에 처음으로 프랑스라는 거함 격파에 성공했다. 대표팀은 1997년과 2011년 두 차례 U-20 무대 조별리그에서 프랑스에 모두 패했었지만 드디어 설욕에 성공했다.

프랑스는 이날 공 점유율 57%를 기록하며 경기를 우세하게 끌고 갔다. 하지만 한국은 ‘실리 축구’를 제대로 선보였다. 끈적한 수비로 프랑스의 공격을 무력하게 만들었고, 상대 뒷공간을 노리는 역습으로 골을 노렸다. 결정적인 찬스를 살리는 집중력이 빛났다.

 

▲ 이영준(오른쪽 두 번째)이 23일 아르헨티나 멘도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FIFA U-20 월드컵 프랑스와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골을 넣은 뒤 팀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 멘도사=AP연합뉴스

 

공격의 선봉장은 ‘캡틴’ 이승원(강원)이었다. 그는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전반 22분 선제골도 그의 몫이었다. 역습 상황에서 강성진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김용학이 상대 선수를 벗겨낸 뒤 중원을 돌파하다가 문전으로 쇄도하던 이승원에게 정교한 패스를 찔러 넣었다.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은 이승원은 침착하게 골대 왼쪽을 노려 골망을 흔들었다. 우리 진영에서 단 두 번의 연결로 단 12초 만에 완성된 완벽한 역습이었다.
 
이승원은 후반 19분에는 도우미로 나섰다. 이승원이 왼쪽에서 올린 프리킥 크로스를 이영준(김천)이 방향만 바꾸는 헤더로 마무리했고 한국은 2-0으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후반 25분 주심의 석연찮은 페널티킥 판정 속에 대표팀은 실점을 허용했다. 상대 크로스를 펀칭하려던 골키퍼 김준홍(김천)이 쇄도하던 상대 공격수의 어깨에 안면을 부딪쳐 쓰러졌는데, 주심은 이를 김준홍의 파울로 판정했다. 공은 김준홍의 손에 닿지 않고 흘렀고, 안면을 가격당한 것도 그였지만 페널티킥이 선언되는 이해하기 힘든 판정이었다.

 

하지만 김준홍은 옐로카드를 받았고 프랑스는 페널티킥을 얻어 만회골을 넣었다. 이런 판정 속에도 대표팀은 끝까지 프랑스의 공세를 막아냈다. 필드골을 한 번도 허용하지 않은 ‘수문장’ 김준홍과 육탄방어를 펼친 김지수(성남) 등 수비진의 활약도 빛났다.

이승원은 경기 뒤 “승리의 기쁨은 오늘까지만 만끽하겠다. 남은 온두라스전과 감비아전에서 우리 색깔대로 잘 준비해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은중 감독은 “수비적으로 역습을 준비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며 “11명이 조직적으로 잘 뛰어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철저한 '준비'가 만든 계획된 '이변'

 

프랑스는 분명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U-19 챔피언십에서 4강에 올랐고, 같은 대회에서 4경기 12골을 넣는 등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프랑스는 2013년 대회 정상에 올랐고,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 전통의 강호다. 김 감독은 "프랑스는 개인적 능력과 피지컬이 좋은 팀이다. 우리는 조직적인 협력 수비와 빠른 공수 전환으로 이에 대비할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4-1-4-1 카드를 꺼냈다. 당초 FIFA 사이트에는 3-4-3으로 표기가 됐지만, 특유의 포백으로 나섰다. 최전방에는 이영준이 서고, 좌우에 김용학(포르티모넨세) 강성진(FC서울)이 자리했다. 경미한 근육 부상이 있는 '에이스' 배준호(대전하나시티즌)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대신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이찬욱(경남FC)을 넣었다. 이승원과 강상윤(전북 현대)과 함께 중원을 구성했다. 배서준(대전)-김지수(성남FC)-최석현(단국대)-박창우(전북)가 포백을 이뤘다. 골문은 변함없이 김준홍(김천)이 지켰다.

김은중호는 선수비 후역습 전략으로 맞섰다. 오도베르-주주-비르지니우스, 빠르고 기술 있는 상대 스리톱을 막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 감독의 해법은 중앙이었다. 기량이 월등한 프랑스의 주주, 비르지니우스를 1대1로 막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김 감독은 대신 중앙을 꽉 틀어막았다. 항상 중앙에서 숫적 우위를 보였다. 센터백까지 소화할 수 있는 이찬욱이 수비 지역까지 깊숙히 내려왔다. 브렌트포드의 러브콜을 받는 김지수를 중심으로, 상대의 숱한 크로스에도 흔들리지 않고 상대를 막아냈다. 이날 프랑스는 무려 45개의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그 중 성공된 10개 뿐이었다. 유효슈팅으로 연결된 것도 거의 없었다. 측면이 막히자 프랑스의 파괴력도 반감됐다.

 

▲ 이승원(위), 이영준(아래) /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공격시에는 빠른 역습으로 나섰다. 선제골도 역습에서 나왔다. 대단히 간결하고 수준 높은 역습 장면이었다. 전반 22분 상대 코너킥을 막아낸 김은중호는 강성진이 김용학에게 볼을 건냈다. 김용학이 왼쪽 측면에서 돌파한 후 침투하던 이승원에게 볼을 내줬다. 이승원은 침착한 오른발 마무리로 대회 첫 골을 기록했다. 한국은 시종 빠른 압박으로 부실한 상대 수비를 괴롭혔다. 웅크리다가도 필요하면 과감한 전방 압박을 시도하며, 기회를 만들어냈다. 역습 뿐만이 아니었다. 세트피스 준비도 좋았다. 한국은 후반 19분 이승원의 프리킥을 이영준이 감각적인 헤더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준비된 패턴으로 만든 득점이었다.

 

/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 감독의 용병술도 돋보였다. 한박자 빠른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선수들이 지칠때면, 빠르게 새로운 선수를 투입해 기존의 전략을 유지했다. 후반 25분 주심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페널티킥골을 내주며 흔들리는 와중에서도, 적절한 교체로 분위기를 유지했다. 물론 선수들의 집중력과 투지도 좋았다. 수비 조직은 시종 흔들리지 않았고, 상대의 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김준홍 골키퍼는 페널티킥을 내주는 과정에서 상대 공격수와 충돌하며, 몸에 무리가 왔지만, 마지막까지 선방쇼를 펼쳤다.

김은중호는 점유율 30대57, 슈팅 9대23로 밀렸지만, 완벽한 준비와 확실한 콘셉트로 가장 중요한 결과를 잡았다. 김 감독은 "우승후보 프랑스를 상대로 우리가 준비를 잘했다. 수비를 잘 하면서 카운터 어택을 준비했다. 우리 수비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가지고 실점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고 미소를 지었다. '1골-1도움'을 기록한 '캡틴' 이승원도 "우리가 준비한 빠른 공수 전환 등을 잘 보여준 것 같다"고 했다. 프랑스를 잡으며 산뜻한 출발을 알린 김은중호는 한국은 26일 오준 6시 온두라스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여기서 승리할 경우 16강 진출을 확정짓게 된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세계일보 + 스포츠조선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