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靈魂의 母音] 달하 노피곰 도다샤

山中書信

by econo0706 2007. 2. 11. 14:21

본문

법정스님달로만 향하는 지구인의 편애 때문에 1969년 7월의 태양은 고독하다.
 
인류는 바야흐로 새로운 역사의 지평을 디디게 될 것이라고 흥분하고 있다. 인간 두뇌의 능력과 재화(財貨)의 부피를 과시하는 이 마당에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동석자로서 우리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태백의 후예들이 물에서 달을 건지려 하지 않고 몸소 가서 그 실체를 감촉하려는 일은 확실히 대담하고 놀라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나, 우주선보다 러시아워의 만원버스가 우리들의 살갗에 닿은 현실임을 상기할 때 씁쓸하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미국의 어떤 항공회사에서는 벌써부터 달나라 여행자의 예약을 접수하고 있다지만, 군화제조용 쇠가죽의 폐품 고기를 먹고 살아야 하는 개발도상 국가의 우리네 처지로는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는다.
 
인간이 최초로 달에 내리자마자 할 일은 "……우리들은 전인류를 위해 평화롭게 이곳에 왔다"는 기념패를 세우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그 막대한 재화와 귀중한 목숨을 걸고서까지 달에 도달하려는 것은, 어떤 경쟁의식에서거나 물량(物量)이 주체할 수 없어 허공에 흩어버리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지상의 인류를 위해서라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그 지구상의 형편은 어떤가. 아직도 서로 물고 뜯는 살육의 이빨과 화약의 냄새가 가시지 않고 있다. 도처에 빈민의 행진이 있고, 재해와 질병이 있으며, 인종의 차별과 정치의 혼란이 있다. 이러한 지상의 과제들이 잔존해 있는 한 인류의 평화는 멀다.
 
오늘의 지구인들이 공중에 떠있는 달만 쳐다보다가 가장 가까운 눈앞의 돌부리에 채어 넘어지는 모순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폴로11호는 달에도착하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고 돌아오는 데에 그 의미가 있어야 한다.
 
외계(外界)로 향했던 무한한 슬기와 끈질긴 그 노력을 안으로 돌려, 오늘 우리들 인간이 앓고 있는 모든 질환의 해소를 위해 새로운 길을 터야 하는 데에 그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아름답기 때문에 지구인의 도전을 받는 달이여,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가난한 우리는 조상들이 부르던 노래로 너를 기리노라.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리라……"  
 
1969년 7월 19일
 
法頂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