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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비키니] 공 하나로 승부조작? 얼마든지 됩니다

--황규인 야구

by econo0706 2022. 11. 1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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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5. 27

 

스탯캐스트(statcast)가 야구 분석 기준을 바꾸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올해 각 구장에 각종 타구의 정보와 이에 대한 야수 반응을 기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치했습니다. 컴퓨터 게임처럼 모든 플레이를 숫자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바로 스탯캐스트입니다.

스탯캐스트는 새로운 정보를 알려 주는 것뿐만 아니라 야구팬들이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이 왜,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도 알려 줍니다. 예를 들어 타자들은 불리한 볼 카운트에 몰리면 당연히 타격 기록이 나빠지는데, 이때는 타자들이 때리는 타구 속도가 느려집니다. 삼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소극적으로 스윙을 하다 보니 생기는 일이죠.

당연히 처음부터 스트라이크를 잡고 시작하는 투수들은 상대 타자들의 타격 기록을 떨어뜨립니다. 구체적인 기록을 살펴보면 이런 투수들은 타구 속도를 약 시속 1.5마일(2.4km) 정도 떨어뜨리고, 이는 상대 타자가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오는 타구를 때렸을 때 타율(BABIP)을 0.013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얼핏 보면 대단한 차이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 시즌을 기준으로 하면 실점을 10점 정도 줄일 수 있는 차이라고 하네요. 물론 삼진도 더 많이 잡아낼 수 있고 말입니다.

한국 프로야구는 아직 이런 기록은 없지만 일단 겉으로 드러난 결과는 비슷합니다. 잠깐 표를 보시죠. 이 표는 2012∼2014 프로야구에서 특정 볼카운트 이후 타격 결과를 보여 줍니다. 일단 2스트라이크로 몰리면 타율과 OPS(출루율+장타력)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0볼 2스트라이크는 아예 ‘투수 천국, 타자 지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방송사 아나운서는 2스트라이크 2볼이 투수와 타자 모두에게 공평한 카운트라는 듯 “투투 피치”라고 외치지만 이 역시 이미 투수 쪽으로 분위기가 기운 상황입니다. 볼도 3개인 풀 카운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표를 가지고 초구에 따른 타격 결과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0볼 1스트라이크로 시작한 타석, 그러니까 초구가 스트라이크인 타석은 타율 0.244, OPS 0.640으로 끝이 났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타격 성적은 타율 0.272, OPS 0.750이었습니다. 초구 스트라이크는 타자를 주눅 들게 합니다.

그러면 초구가 볼일 때는 어땠을까요? 1볼 0스트라이크를 거친 타석 기록을 보면 타율은 0.283으로 오르고, OPS도 0.839가 됩니다. 초구가 스트라이크였을 때와 비교하면 OPS가 0.199 오릅니다. 2012∼2014시즌에 삼성 이승엽(39)과 두산 장민석의 OPS 차가 0.202였던 것을 감안하면 초구 하나 차이가 생각보다 큰 것을 알 수 있겠죠.

이런 타격 기록은 자연스레 실점 기록에도 영향을 줍니다. 예전에 이 칼럼을 통해 ‘기대득점표’를 소개했던 것 기억하나요? 선두 타자를 잡고 시작하면 기대득점은 0.326점으로 줄지만, 내보내면 0.951점으로 늘어납니다. 또 1회초에 선취점을 1점만 내줘도 안방 팀이 이길 확률은 0.443으로 내려앉습니다.

말하자면 선발 투수가 던지는 초구가 볼이냐 스트라이크냐를 두고 불법 도박을 벌이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결국 가랑비에 옷이 흠뻑 젖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만에 하나 여전히 ‘공 하나인데 어때’라고 생각하는 프로야구 선수가 있다면 당장 그 생각을 고쳐먹어야 합니다. 바로 그 공 하나가 승부 조작의 방아쇠니까요.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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