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4. 29.
프로야구 롯데 심수창(34·사진)은 사실 ‘운이 나쁜 투수’가 아니라 ‘정말 나쁜 투수’였습니다. 그런데 데뷔 12년째를 맞은 올 시즌에는 갑자기 ‘정말 좋은 투수’가 됐습니다. 올해 한화가 ‘마리한화(마리화나+한화) 야구’로 팬들을 취하게 만든다면 심수창은 롯데 팬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드는 ‘각성제 투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삼진도 못 잡고, 맞혀 잡지도 못하고…
2004년 LG에서 데뷔한 심수창은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668과 3분의 2이닝을 던졌습니다. 이 기간 6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에서 심수창은 두 번째로 삼진을 못 잡는 투수였습니다. 심수창은 9이닝당 삼진 4.25개를 잡았는데요, 이보다 삼진을 못 잡은 투수는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4.15개) 한 명뿐이었습니다. 심수창은 노쇠화가 찾아와 ‘맞혀 잡는’ 스타일로 투구 패턴을 바꾼 노장 투수보다 삼진 능력이 더 떨어졌던 겁니다.
그럼 맞혀 잡는 건 잘했을까요? 이를 따질 때는 흔히 범타처리율(DER·상대 타자가 때린 페어 타구를 아웃으로 처리하는 비율)을 살펴봅니다. 이 기간 심수창의 범타처리율은 67.2%로 같은 기준을 적용한 투수 중 가장 나빴습니다. 국내 프로야구 역사 전체를 살펴봐도 뒤에서 세 번째로 나쁜 기록입니다. 범타처리율을 볼 때는 ‘운(運)’이 차지하는 요소를 절대 무시하면 안 되지만 이 정도면 ‘심수창은 안타를 때리기 쉬운 투수’라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삼진도 못 잡고 맞혀 잡는 것도 못한다는 건 당연히 아웃을 못 잡는다는 뜻입니다. 투수는 아웃 카운트를 늘리라고 월급 받는 직업. 오히려 심수창이 프로에서 11년이나 뛰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심수창이 LG와 넥센을 거치면서 선발 18연패를 당한 건 분명 운이 나빠 생긴 일이지만 스스로가 잘 던졌다면 일어나기 힘든 일이기도 했습니다.
○ 위에서도 던지고, 내려서도 던지고…
올해는 완전히 다릅니다. 심수창은 28일 현재 9이닝당 삼진을 10.7개나 잡아내고 있습니다. 통산 성적보다 두 배 넘게 삼진 능력이 좋아진 셈입니다. 투구할 때 팔 각도를 달리하며 생긴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심수창은 올 시즌 빠른 공과 포크볼은 주로 예전처럼 오버핸드로 던지지만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을 던질 때는 팔을 내려 스리쿼터 형태로 던지기도 합니다.
심수창은 “지난해 연습 때 재미삼아 스리쿼터로 공을 던졌는데 어느 순간 포수 미트에 ‘퍽’ 하고 꽂히는 게 느껴졌다. 스리쿼터로 던지면서 허리 회전하는 법을 알게 됐다. 그 덕에 오버핸드 투구 때도 구위가 더 좋아졌다”며 “폼이 두 개면 구종도 두 배로 늘어나는 효과를 갖기 때문에 초반 성적이 잘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직까지 올 시즌 심수창의 범타처리율은 59.2%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운이 나빠 범타처리율이 낮다고 보는 게 옳을 겁니다. 결국 시즌이 흐르면서 삼진 비율은 내려가고 범타처리율은 올라갈 확률이 높습니다. 그 교차점까지 심수창이 얼마나 버티느냐에 따라 올 시즌 그의 성적이 판가름 날 겁니다.
29일 선발 등판하는 심수창은 “영화 ‘아저씨’에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는 대사가 나온다. 항상 그 대사를 생각하면서 매 경기 1이닝씩만 잘 막자고 다짐한다. 앞으로도 그 다짐을 잊지 않고 마운드에 서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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