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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반년(半年) 장관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6.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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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국사(國事) 가운데 가장 멀리 내다보아야 하는 대계가 교육이요, 따라서 그를 맡은 장관의 재임기간은 가장 길어야 한다.

 

한데 이번 개각으로 현 정부 출범 3년 못 미쳐 5명이나 갈려 평균 7개월, 곧 반년장관을 못 면하고 있어 대계의 뿌리를 불신케 하고 있다.
 
돌아보면 전통사회에 있어 벼슬아치의 생명은 짧은 것이 정상이었다. 그 이유를 살펴보는 것도 무위하지 않을 것 같다. 이익의 <성호사설>에 보면 벼슬자리가 내·외직 합쳐 800여 자리에 불과하다. 한데 옛날 입사해서 정년퇴직인 치사할 때까지 30년을 잡으면 그동안에 예비 벼슬아치로 과거에 뽑힌 자가 2330명에 이른다. 800여 벼슬자리 가운데 조상의 공덕 등으로 과거급제와는 아랑곳없이 내리는 벼슬자리가 300여 자리나 되니 이를 빼면 급제자를 위한 자리는 겨우 500 자리로, 좁은 문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급제하고서도 벼슬자리 얻고자 권문귀족의 문객으로 1여년 썩는 건 상식이요, 평균 등용 연령이 40세를 넘겼었다. 벼슬 수요에 대한 과다한 공급과잉이 벼슬기간의 단축을 몰아온다는 것은 자연스럽다.
 
거기에다 광해군과 경종은 재정부족을 이유로, 대원군은 경복궁 중창을 이유로 관직을 공식으로 돈받고 팔았다. 따라서 상납과 매관으로 패가망신하고 이를 만회코자 부정부패가 구조적으로 끊이질 않았다.
 
매관이 성행하면 벼슬기간이 단축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추세다. 더욱이 벼슬에는 부가가치가 붙어 있어 기간이 짧아도 감수했다. 단 하루라도 그 벼슬자리에 있었다면 그에 따른 명예는 영속되고 각종 부역이나 요역을 면제받았다. 묘비와 족보에 그 벼슬 이름이 오르고 후손들도 그 후광으로 출세나 혼인에 프리미엄을 얻고 여행할 때 관마도 얻어 탔다. 단 며칠의 벼슬일지라도 위력이 이만하기에 악을 쓰고 달려든다.
 
갑오개혁 후 강제병탄까지 16년간 지금 서울 시장이랄 한성판윤 벼슬자리를 70명이 거쳐감으로써 평균 80일 근무를 했다. 갑오년 한해만 보면 21명이 평균 보름 근무로 갈렸다. 정국이 불안했던 한말인지라 벼슬갈이가 가속했을 것이지만ㅡ. 그래서 반년장관의 출현이 무상하다.
 
이유는 예와 다르지만 결과는 같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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