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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도 - 박희진

한국의 名詩

by econo0706 2007. 2. 1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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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클립아트

 

몽유도원도 - 박희진

 

절세의 명필,안평대군의
夢遊桃源圖 다섯자만큼
끝내주는 글씨는 없다
보는 이로 하여금 탈속하게 하여
어느덧 幽玄의 경계에 들게 한다
 
安堅이 그린
몽유도원도엔 사람이 없다
첩첩이 압도하는
기암괴석과
폭포와 흐르는 물,
집도 한두 채,정박 중인 배도 한 척
있기는 하나 사람은 안 보인다
보이는 것이라곤
분지에 만발한 수백 그루 복사나무
복사꽃 고운 빛,
복스럽고 사랑스런 청정한 기운,
고요와 평화와
脫時間의 그윽함뿐
생각컨대 내게도
夢遊桃源은 있었던 게 아닐까나
 
나는 어렸을 때
자주 아름다운 동산숲을 노닐었다
 
거기선 늘
말랑말랑한 꿈꾸는 태양이
고운 초록의 햇살을 보내었고
기름진 땅에는
기화요초 만발했다
흐르는 물은 때로 그대로
젖과 꿀이었다
늘씬한 키의 赤松들이 여기저기
한껏 운치를 뽐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 말고는 전혀 사람이 없었거니
허름한 초가집이
한 채 있었으나 빈 집이었고,
고양이 한 마리 없는 것이었다
다만 곁에
낡은 물레방아 돌고는 있었지만,
물 떨어지는 소리도 안 들렸다
 
나는 오랫동안
그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을 못했었다
내가 어렸을 땐 그렇게도 자주 갔던
아름다운 동산숲을
왜 커서는 찾지를 못하는지?
 
지금 안평대군의
夢遊桃源圖 다섯자에 홀린 끝에
문득 꿈 깨듯 깨닫는 것이 있다
 
그렇다 세상의 모든 어른들은
저마다 다
夢遊桃源의 체험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다만 사람들은
그것을 까마득히 잊고 지낼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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