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畵像 - 김동리
나는 오랜 옛 서울의
한 이름없는 마을에 태어나
부모형제와 이웃 사람의 얼굴, 그리고
하늘의 별들을 볼 적부터
죽음을 밥먹듯 생각하게 되었다.
아침에 피는 꽃의 빛깔과
황혼에 지는 동산의 가을소리도
이별이 곁들어져
언제나 그처럼 슬프고 황홀했다
술과 친구와 노래는 입성인 양 몸에 붙고
돈과 명예와 그리고 여자에도
한결같이 젖어들어
모든 것을 알려다
어느 것도 익히지 못한 채
오직 한 가지 참된 마음은
자기가 눈감고 이미 없을 세상에
비치어질 햇빛과
피어나는 꽃송이와
개구리 우는 밤의 어스름달과
그리고 모든 사람의
살아 있을 모습을 그려 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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