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면 줄을 탄다 등뒤로 말뚝이 박히고 하늘 어디엔가 또 하나 말뚝이 박힌다 보이지 않는 비가 내린다 줄 따라 두 팔 들고 몸의 중심을 옮긴다 뒤로도 옮긴다 보이지 않는 비가 자꾸 내린다 이따금 힘겹게 치는 번개 언뜻 말뚝이 보이다 사라진다 사라진다,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으면 꿈을 꾼다 꿈이 꿈 같지 않으면 뒤집어 꾼다 누른 해 하늘 한가운데 빛나고 나는 벌거벗고 거리에 서 있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낯선 사람들이 둘러서서 내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흔들어도 다시 안 뒤집어져 흔들어도 다시는, 보이지 않는 비가 자꾸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