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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토의 시 8 - 구상

한국의 名詩

by econo0706 2007. 2. 2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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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클립아트

 

초토의 시 8 - 구상

 

-적군 묘지 앞에서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워 있는 넋들은
눈도 감지 못하였겠구나.
 
어제까지 너희의 목숨을 겨눠
방아쇠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
썩어 문드러진 살덩이와 뼈를 추려
그래도 양지바른 두메를 골라
고이 파묻어 떼마저 입혔거니,
 
죽음은 이렇듯 미움보다도, 사랑보다도
더 너그러운 것이로다.
 
이곳서 나와 너희의 넋들이
돌아가야 할 고향 땅은 삼십 리(里)면
가로막히고,
무주 공산(無主空山)의 적막만이
천만 근 나의 가슴을 억누르는데,
 
살아서는 너희가 나와
미움으로 맺혔건만,
 
이제는 오히려 너희의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바램 속에 깃들여 있도다.
 
손에 닿을 듯한 봄 하늘에
구름은 무심히도
북(北)으로 흘러 가고,
 
어디서 울려 오는 포성(砲聲) 몇 발,
나는 그만 이 은원(恩怨)의 무덤 앞에 목놓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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