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03. 06
유소년 선수 이끌고 나이트클럽서 다투다 부상, 사창가 출입 밝혀져 충격
케빈 그로스크로이츠(28 ·전 슈투트가르트). 국내에 많이 알려진 선수는 아니다. 그렇지만 독일 축구를 즐기는 팬이라면 낯설지 않으리라. 그로스크로이츠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하며 분데스리가와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에서 각각 두 차례 우승했다. 또한 2014년 브라질월드컵 우승 멤버이기도 하다. 주 포지션은 측면 수비수라고 할 수 있지만 윙어로도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팀의 필요에 따라 어느 포지션도 가리지 않고 뛰는 믿을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경기장 밖에서도 그는 특별했다. 2014년, DFB 포칼 결승에서 라이벌 바이에른 뮌헨에 패한 뒤 술에 취해 호텔 로비에 소변을 보고 투숙객과 다퉜다. 자신을 비난하는 팬들에게는 케밥을 던졌다. 지난해에는 호펜하임과 라이프치히의 경기를 마치 ‘콘돔을 낀 섹스’와 같을 것이라며 기업 후원을 받아 성장한 두 팀을 폄하했다. 기행과 독설, 실언은 그의 등록상표였다. 이 악동 이미지는 보통 독일 선수들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워 분데스리가 팬들에게 일정 부분 관심과 사랑을 받는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기도 했다.
▲ 그로스크로이츠. / 빌트지 홈페이지
# 나이트클럽의 주먹다짐과 부상
그로스크로이츠가 다시 한 번 사건에 휘말렸다. 이번엔 커리어를 끝낼 수도 있는 대형 사건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새벽 2시경 VFB 슈투트가르트의 17세 이하 선수들과 함께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다른 10대 후반 청소년들과 시비를 벌였다. 그는 주먹에 얼굴을 여러 차례 맞고 길바닥에 쓰러져 뒤통수를 크게 다쳤다.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이틀 동안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사건은 단순한 소동이나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사건은 며칠 뒤 슈투트가르트 구단과 선수 상호간 합의하에 ‘계약해지’라는 중대한 발표로 이어졌다. 부상 때문에 재활을 하던 팀의 주축 선수가 새벽에 유소년 선수들을 데리고 나이트클럽에 가 폭행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에 슈투트가르트 구단은 크게 실망했고 그의 행동을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또한 팀이 1부 리그로 다시 승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이런 불미스런 사건의 중심이 된 그로스크로이츠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깊이 반성했다. 그리고 그는 이에 대해 책임지기를 원했다.
# 충격과 낙담의 3중주
지난 3일, 슈투트가르트의 얀 쉰델마이스터 스포츠 단장은 “우리는 서로 합의하에 그로스크로이츠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1군 선수들은 타에 모범이 되어야 하며 특히 같은 팀 유소년 선수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로스크로이츠는 우리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으며 계약이 끝났다고 해도 우리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라고 했다. 슈투트가르트 구단은 사건이 터지자마자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모든 경영진 및 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로스크로이츠도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 모든 사건의 책임을 지고 프로선수로서 은퇴하겠다고 했다. 그는 “프로축구계를 떠나고 싶다. 언론이 더 이상 나와 내 가족을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특히 나로 인해 팀에 큰 피해가 간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렇기 때문에 팀이 다시 안정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며 1부 리그 승격이라는 목표를 꼭 이루길 바란다. TV를 보면서 항상 응원하겠다. 승격을 달성한 후 나를 혹시라도 초대해 준다면 그들과 함께 축하파티를 하기 위해 다시 들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로스크로이츠는 “마지막으로 모든 슈투트가르트 팬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은 내가 힘들었던 시간에도 항상 나를 응원해 줬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그를 사랑하는 팬들이다. 하루아침에 그들이 가장 좋아하던 선수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로스크로이츠의 소속팀 슈투트가르트와 전 소속팀 도르트문트의 팬들은 각 경기장에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메시지가 담긴 플랜카드를 일제히 내걸었다. 그의 팬들은 온라인에서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그의 스페셜 영상 수십 건이 만들어졌으며 계약해지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소셜미디어(SNS) 내에서도 그의 복귀를 지지하는 그룹들이 만들어져 활동을 시작했다.
# 폭행뿐이 아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스-요하임 바츠케 도르트문트 회장이 인터뷰를 통해 “그로스크로이츠가 향후 독일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혀 이번 사건의 이면이 주목을 받는 전기가 되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만 보아서는 그로스크로이츠의 계약해지는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동정론이 개입할 여지도 있었다. 왜냐하면 그 또한 폭행사건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는 좀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이는 독일 언론 ‘빌트(Bild)’를 통해 공개 됐다.
빌트지의 보도에 따르면, 그로스크로이츠는 나이트클럽에 가기 전에 어린 선수들을 데리고 사창가를 방문했다. 슈투트가르트 구단은 사창가에 간 그의 행위도 계약을 해지한 이유 중 하나라고 공식 확인했다. 하지만 그로스크로이츠가 미성년자들과 함께 그곳에 갔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만약, 빌트지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슈투트가르트와 그로스크로이츠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계약해지’라는 카드를 먼저 꺼내들었을까?
사태가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사실은 그로스크로이츠의 선수생명이 바람 앞의 촛불이며, 추문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팬들의 사랑과 인내도 한계에 부딪칠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강한길 객원기자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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