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5. 05.
동화 같은 레스터 시티의 선두 질주가 우승으로 완성되어 ‘해피엔딩’이 됐다. 레스터 시티 우승엔 사연 많은 선수들이 똘똘 뭉쳐 난관을 극복해낸 것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자체의 발전과 사업적 성공이 큰 몫을 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우선 프리미어리그 중계권료 정책이 큰 성공을 거뒀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자국내 중계권료 중 우선 50%를 성적에 관계 없이 20개 구단에 똑같이 나누어 준다. 나머지 50% 중 25%는 영국에서 텔레비전 생중계된 경기 비율에 맞춰 홈 구단에 운영비 형식으로 나눠준다. 마지막 25%를 갖고 1등부터 20등까지 차등 지급하는 것이다. 해외 중계권료 수익은 별도로 20개 구단에 균등 배분하는 것도 특징이다. ‘부익부 빈익빈’ 정책이 아닌, 평등과 차등을 적절하게 고려하다보니 프리미어리그에 진입한 어느 팀도 돈 걱정할 이유가 사라졌다. 또 구단간 전력 차도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 비해 크지 않다. 올시즌 재승격을 일궈내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합류하는 번리가 꼴찌를 하더라도 7000만 파운드(약 1180억원) 가량의 중계권료 수입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판권까지 더하면 액수는 훌쩍 높아진다.
프리미어리그 중·하위권 구단은 빅클럽처럼 네임밸류 높은 선수를 데려올 순 없어도 알짜배기 선수를 영입해 전력 증강을 도모할 수준이 된 것이다. 레스터 시티 역시 응골로 캉테와 오카자키 신지, 로버트 후스, 크리스티안 푸흐스 등을 독일과 프랑스 혹은 프리미어리그 다른 구단에서 데려와 기존 제이미 바디, 대니 드링크워터, 리야드 마레즈, 캐스퍼 슈마이켈과 호흡을 맞추게 했다. 거액의 과외 선생은 모실 수 없어도, 공부할 환경 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갖출 수 있는 게 지금 프리미어리그 모든 구단의 상황인 셈이다. 여기에 빅클럽의 무분별한 선수 영입을 제한하는 ‘파이낸셜 페어플레이 정책’도 레스터 시티 기적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 레스터 시티 팬들이 지난달 24일 스완지 시티와의 홈 경기에서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이성모 통신원
좀 더 뒤로 물러나면 축구와 사업을 구분하는 영국 축구 행정기관 노력도 빼 놓을 수 없다. 최근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서 헐리우드 액션 판정으로 경고누적이 되어 퇴장당한 바디에 대해 두 경기 추가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바디의 레드카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나온 것이지만 그에 대한 징계는 한국 입장에서 상위기관인 잉글랜드축구협회가 결정했다. 어떤 선수는 프리미어리그 한 경기와 FA컵 한 경기를 섞어 출전정지 처벌을 받는 등 대회를 넘나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는 규칙이나 판정, 징계 등 축구와 관련된 것은 잉글랜드축구협회가 맡고,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철처히 흥행과 상업적 성공에만 포커스를 두는 것에서 기인한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가 독립 출범한 뒤 리그 사무국은 축구에 관한 것을 협회에 거의 위임하면서 중계권료과 브랜드 등 프리미어리그 가치를 높이고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적 분야에 전념하고 있다. 축구를 매개로 비즈니스에만 전력투구하는 주식회사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또 첼시와 토트넘의 관중석 확장 및 이와 관련한 두 구단의 웸블리 구장 임시 사용 등 구단간 비즈니스 차원의 충돌 등에 신경쓰고 있다. 사실 중계권료 분배 정책도 액수가 커야 효과가 있다. 4반세기를 거치면서 ‘프리미어리그 주식회사’는 세계 스포츠사에 기억될 만큼 효율적이고 돈 많이 버는 기업으로 거듭났고, 그 혜택은 20개 구단이 고스란히 보고 있다. 축구협회와 리그의 철저한 역할 분담은 여전히 ‘K리그 성장’을 화두로 삼고 있는 한국 축구에도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레스터 시티가 1년간 쓴 동화는 다시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구단으로 눈을 돌리면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5위를 달리며 다음 시즌 올림픽 경기장으로 이전하는 웨스트햄이나 강호들을 언제나 위협하는 사우스햄프턴, 스토크 시티 등도 제2의 레스터 시티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선수들이 선호하는 런던 연고 구단 크리스털 팰리스나 왓포드도 가능하다. 레스터 시티 기적 뒤에 숨겨진 프리미어리그 역할을 빼 놓을 수 없는 이유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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