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5. 16.
애초 농구에서는 여자가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됐다. 이 무렵 중국 남자 농구는 1981년 제 11회 아시아선수권대회(캘커타, 오늘날의 콜카타)까지 4연속 우승하는 등 아시아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대회에는 228cm의 거한 무티에추가 출전하지 않아 우승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은 있었다.신선우와 박수교, 신동찬, 이민현, 이충희, 박인규, 이장수, 임정명, 박종천, 안준호 등으로 대표팀을 꾸린 한국은 예선 리그에서 쿠웨이트와 바레인을 103-76, 106-70으로 가볍게 제치고 8강이 겨루는 결승 리그에 올랐다. 결승 리그에서는 난적 필리핀을 132-99로 꺾은데 이어 껄끄러운 상대인 북한을 92-84로 제쳤다. 숙적 일본을 91-90으로 따돌리고 인도와 말레이시아를 97-88, 94-66으로 일축한 뒤 마지막 경기에서 중국에 85-84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1970년 제 6회 방콕 대회 이후 12년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이때 중국을 꺾은 전술이 ‘템포 바스켓볼’이다. 공격력이 강한 중국과 정면으로 맞붙으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방열 감독은 득점 기회에서는 속공을 구사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철저히 지공을 펼쳐 중국의 득점을 최대한 억제했다. 또 하나, 이 대회에서 주전 센터로 활약한 신선우가 188cm의 ‘꼬마 센터’였다는 사실도 기억해 둘 만하다.아시아 무대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경기력을 끌어올린 여자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대박’을 터뜨렸다.1984년 한국 스포츠의 최대 행사는 제 23회 로스앤젤레스 여름철 올림픽이었다. 한국은 다음 대회 개최국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했다. 7월 28일부터 8월 12일까지 열린 이 대회에 한국은 임원 78명과 선수 210명 등 288명의 역대 최다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 한국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 농구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중국과 경기에서 69-56으로 완승한 선수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한국 농구 100년
그리고 한국은 이 대회에서 역대 대회에서 거둔 금메달 1개와 은메달 6개, 동메달 11개를 단숨에 뛰어넘는 금메달 6개와 은메달 6개, 동메달 7개의 성적을 올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호주 등을 따돌리고 종합 순위 10위에 자리를 잡았다. 소련 등 동유럽 나라들이 불참한 가운데 올린 전적이지만 그동안 쌓아 온 한국 스포츠의 잠재력이 폭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농구는 여자가 은메달을 획득해 메달 레이스에 합류했다.한국은 1967년과 1979년 두 차례 세계여자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하며 실력을 인정 받았으나 1976년 몬트리올 대회(일본 5위) 때 여자 농구가 처음으로 정식 세부 종목으로 채택된 뒤 1980년 모스크바 대회(한국 불참) 등 두 차례 연속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한국은 1984년 5월 쿠바에서 열린 프레 올림픽에서 6위에 그쳐 또다시 올림픽 출전의 꿈이 좌절되는 듯했으나 소련 등 동유럽 나라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출전 기회를 얻게 됐다.
여자 농구는 6개국이 풀리그를 벌여 1위와 2위가 금메달을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은 미국에 47-84로 크게 졌으나 유고슬라비아를 55-52, 호주를 54-48, 캐나다를 67-62로 꺾었고 결승 진출의 최대 고비인 중국과 마지막 경기에서 69-56(34-25 35-31)으로 예상 밖의 큰 점수 차 승리를 거뒀다.한국은 결승에서 미국과 다시 싸워 55-85로 졌으나 이룰 만큼의 성적은 이룬 뒤였다. 중국은 캐나다를 63-57로 누르고 동메달에 만족했다. 한국 스포츠 사상 여자 농구에서 처음으로 은메달을 차지한 선수들은 박찬숙과 김영희, 문경자, 성정아, 정명희, 김화순, 이미자, 김은숙, 박양계, 최애영, 이형숙, 최경희다. <15편에 계속>
신명철 편집국장 smc@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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