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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 킥오프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9. 2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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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8. 27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

도쿄 올림픽에서 축구가 딱 이랬다. 7월 31일 8강전에서 멕시코에 3-6으로 참패했는데 마침 같은 날 여자배구가 일본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바람에 비난의 강도가 약해졌다. 바로 다음 날에는 체조 여서정과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의 감동이 이어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야구가 국민 욕받이로 등극(?)하면서 축구는 자연스레 기억에서 사라졌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면 큰일이다.

대표팀이나 올림픽팀을 막론하고 한국 축구가 여섯 골을 내준 것은 1996년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에 2-6으로 진 이후 무려 25년 만이다. 그때는 박종환 감독에 대한 불만으로 선수들이 사보타주를 했다는 의혹이 있는 경기였다. 전력을 다해 뛰고도 여섯 골 먹은 것은 1948년 런던 올림픽 때 스웨덴에 0-12로 진 이후 처음 아닌가 싶다. 아,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아랍에미리트에 0-10으로 진 적도 있다. 아무튼.

지난 4월, 조 편성 당시 뉴질랜드, 루마니아, 온두라스와 같은 조가 되자 '최상의 조'라며 호들갑을 떨며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했을 때 '최악의 조는 있어도 최상의 조는 없다'는 내용의 칼럼을 쓴 적 있다. (4월 26일 자) 자신감은 필요하나 호들갑은 안 된다.

이제 우리의 눈은 올림픽을 떠나 월드컵을 향한다. 9월 2일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시작되면 '망각의 동물'들은 올림픽을 까맣게 잊을 것이다.

한국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라크와 첫 경기를, 7일에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레바논과 2차전을 치른다. 홈에서 첫 두 경기를 하는 만큼 승점 6점을 먼저 얻는다면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원정경기를 대비할 수 있다.

 

▲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시작된다. 한국대표팀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라크와 첫 경기를, 7일에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레바논과 2차전을 치른다. 사진,자료=FIFA,대한축구협회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한국은 최종예선 조 편성 결과 하필이면 이라크, 이란, 레바논, 시리아, UAE 등 모두 중동국가와 싸우게 됐다. 일부에서는 또 '최악의 결과'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한다. 홈앤드어웨이 방식이니까 다른 나라들보다 이동 거리와 시차, 기후 등에서 엄청난 손해를 본다. 특히 한국의 주축 선수인 손흥민의 경우 영국과 한국, 중동을 오가야 하는 핸디캡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모두 실력 외적인 요소다. 실력으로 극복해야 한다.

오랜 스포츠 기자 경험으로 좋은 조건임에도 나쁜 성적을 거둔 경우와 악조건을 극복하고 좋은 성적을 거둔 사례를 너무 많이 봤다. 그 이유는 '정신력'이라고 표현하는, 마음 자세가 다르기 때문이다. 좋은 조건에서는 아무래도 자세가 흐트러지고, 악조건이라고 생각하면 더욱 정신을 차리게 된다.

이제는 정신력을 강조할 때가 아니라고 하고,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지났다고들 한다. 그런데 스포츠에서는 여전히 중요하다. 예전의 '헝그리 정신'이 '할 수 있다'는 각오로 바뀌었을 뿐이다.

한국이 조 2위 안에 들면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10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다. 10회 연속 출전은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 5개국만의 대기록이다.

카타르 월드컵은 내년 11월 21일부터 12월 18일까지 열린다. 중동 사막의 더운 날씨 때문에 최초로 겨울에 열리는 월드컵이다. 카타르는 '행운의 땅'이다. 1993년 '도하의 기적'을 경험했던 곳이다.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이 종료 직전 이라크에 동점 골을 허용해 2-2로 비기는 바람에 한국이 극적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28년이나 지난 일인데도 현장에서 느꼈던 그때의 전율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전율을 다시 느끼고 싶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자료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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