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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체육 병역 특례 손 봐야 한다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9. 2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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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8. 20

 

도쿄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4위에 오른 우상혁은 현역 군인이다.

3위만 했어도 바로 전역할 수 있었기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당사자는 오히려 덤덤했다. 군인이긴 해도 국군 체육부대(상무) 소속이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여기에서 훈련하나 저기에서 훈련하나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전역하면 더 좋겠지만.

병역 특례를 학수고대하는 선수는 프로 선수들이다. 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상무에 들어가면 운동은 계속할 수 있으나 돈은 벌 수 없다. 2018년 상무 입대가 확정된 프로야구선수 중 몇 명이 아시안게임 대표를 노리고 입대를 포기해 시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일반병으로 가는 위험(경력 단절)을 감수하면서까지 상무 입대를 포기한 것은 뭔가 커넥션이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과거 프로축구나 프로야구에서 조직적으로 병역 비리를 저지른 적도 많다. 팀에서도 주축 선수가 입대하면 전력 손실이 크므로 브로커를 동원해 가짜 진단서를 만들거나 무릎 연골을 제거하기도 했다.

1990년대 프로야구를 취재할 때의 이야기다. 에이스 입대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팀 관계자가 어느 날 "우리 ***가 면제됐어요"라며 반색했다. 말더듬이도 면제 사유인데 마침 초등학생 때 말을 더듬었다는 기록을 찾아내 면제를 받았다고 했다.

체육, 예술 분야 병역특례 제도는 1973년에 신설됐다. 무려 반세기 전의 일이다. 당시에 국제 대회나 국제 콩쿨 같은 데서 한국인이 입상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코리아'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린 인재들에게 연금과 함께 병역 혜택을 주는 것은 장려할 만한 일이었다.

 

▲ 지금 병역 특례는 프로 선수들을 위한 제도가 됐다. 소위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는 큰 혜택도 아니다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최초의 병역 특례 자격은 이랬다. '올림픽 3위 이상, 세계선수권 3위 이상, 유니버시아드 3위 이상, 아시안게임 3위 이상, 아시아선수권 3위 이상, 한국체대 졸업성적 상위 10% 이내'

아시안게임은 물론 대학생들의 스포츠 축제에 불과한 유니버시아드가 올림픽과 동급이었다는 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유니버시아드도 국제대회인 만큼 입상하면 태극기가 게양되니까 그랬을 것이다. 한국체대 졸업성적은 지금 보면 코미디 같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국위 선양'의 개념이 달라졌다. 코리아가 세계에 많이 알려졌으니까. 1990년에 '올림픽 3위, 아시안게임 1위'로 자격이 강화됐다. 지금과 같다.

2002년 월드컵 4강의 기쁨을 선사한 축구선수들에게 군 면제를 시켜줘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월드컵 16강 이상'이라는 조항이 추가됐고, 2006년에는 야구도 특혜를 줘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야구 WBC 4강 이상'도 추가됐지만 이들 조항은 모두 2008년에 제외됐다.

'국위 선양'의 개념은 달라졌다. 과거와 같은 기준이라면 오히려 BTS 멤버에게 특혜를 주는 게 맞다. 운동선수들은 입대해도 상무에서 운동을 계속할 수 있다. 1984년 창설된 국군 체육부대는 현재 축구, 야구를 비롯해 25개 종목을 운영하고 있다. 웬만한 선수는 입대해도 경력 단절이 일어나지 않는다.

병역 특례는 프로 선수들을 위한 제도가 됐다. 소위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는 큰 혜택도 아니다. 하지만 프로 선수들은 돈과 명예와 인기를 모두 쥐게 된다. 그렇다면 원래 취지대로 제도를 손보는 게 맞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자료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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