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5. 31
1991년 프로야구 시즌 시작 전까지 김영덕 빙그레 이글스 감독은 개인통산 498승을 올렸다. 2승만 더 보태면 사상 첫 500승 감독이 될 판이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단단히 꼬였다. 쌍방울 레이더스와의 개막전(4월 5일)에서 0-11로 대패한 다음날 1승을 보태 499승째를 기록 한 뒤 내리 8연패를 당했다.
김영덕 감독은 부산 원정길에 3게임을 롯데에 모조리 내주고 대전으로 돌아와 4월15일에 삭발을 단행하는 충격처방을 내렸다. 일부 선임급 선수들도 김 감독에 동조 삭발까지 한 끝에야 500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한화의 삭발 전통이 그때부터 이어져왔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김영덕 감독은 지도자로서는 보기 드문 결단을 그 때 내렸던 것이다.
김영덕 감독은 삭발 후 “괴롭고 죄송한 심정이다. 자식들의 잘못에는 아버지의 죄도 포함 돼 있다. 무엇보다 팬들과 김승연 구단주께 송구스럽다”고 토로했다.
김응룡 한화 이글스 감독은 올 시즌 초반 연패의 늪에서 허덕일 때 대전 관중들이 격려를 아끼지 않고 무던히 참아내면서 열성적으로 응원하자 “대전 팬들은 부처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991년의 대전(청주 포함) 관중들은 지금과는 영 딴판이었다.
5월 21일, 관중들 그라운드 난입
해태 타이거즈와의 시즌 1차전이 열렸던 대전구장. 빙그레는 해태 선발 선동렬의 구위에 눌려 7회까지 꼼짝 못했다. 해태는 이호성의 홈런과 박철우, 이건열, 장채근 등의 적시타로 6회에 5점을 뽑아 앞서나가자 관중석이 술렁이기 시작, 일부 관중들이 빈병, 맥주캔, 음료수병 따위를 그라운드에 난사했다. 급기야 경기도 중단 됐다.
난동 관중들은 어디라 가릴 것 없이 오물을 마구 뿌려대 사진기자들이 대피하는 소동도 일어났다. 경기 후 대전구장 그라운드는 쓰레기 천지로 변했다.
빙그레는 0-6으로 뒤져 이미 승부가 기운 8회 말 전대영이 선동렬로부터 2점 홈런을 뽑아내는 등 8, 9회에 3점을 얻었지만 결국 3-6으로 졌다. 완투한 선동렬을 당해낼 수 없었다.
이어진 난동, 5월 24일의 대소동
빙그레는 5월22일엔 한희민과 송진우가 이어 던져 해태에 10-1로 설욕했지만 5월 23일엔 2-16으로 크게 졌다. 아니나 다를까, 과격한 일부 관중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날엔 이성을 잃은 일부 관중들이 그라운드에 난입, 그때마다 청원경찰이 그들을 끌어내느라 경기가 3차례나 중단됐다. 해태는 이강철이 선발로 나서 1차전 때 선동렬과 마찬가지로 완투승을 따냈다. 김성한과 한대화가 홈런을 날리는 등 나란히 4타점씩 올렸다. 관중석에선 대전고 출신인 한대화를 가리켜 “배신자”운운하며 욕설을 해댔다.
빙그레는 그해 정규리그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 플레이오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3승1패로 물리치고 한국시리즈에 나갔으나 해태에 단 한판도 뺏지 못하고 4연패로 물러났다.
10월 12일에 열렸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빙그레가 지자 50여명의 극성스런 관중들이 경기 후 대전구장에서 200여m 떨어져 있는 심판진 숙소로 몰려가 1시간 이상 소란을 피웠다. 관중들은 “심판판정이 잘 못돼 빙그레가 역전패했다”며 밤늦게까지 숙소 앞에서 연좌 농성을 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1992년에도 계속된 대전 구장 난동
5월 10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던 해태-빙그레의 경기 도중 느닷없는 ‘대낮 활극’이 펼쳐졌다.
빙그레는 정민철을 선발로 내세웠으나 이순철, 김성한, 장채근에게 홈런 3발을 얻어맞는 등 8회까지 8실점했다. 과격한 관중들이 그 꼴을 그냥보고 지나칠 리 없었다.
급기야 경기도중 일부 관중-항상 그 일부 관중이 문제다-이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하필이면 해태 덕 아웃 앞에서 편싸움을 벌였다. 한 관중이 대형 쓰레기통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상대편을 향해 던지려고 하자 웃통을 벗어 제친 다른 관중이 그를 노려보며 맞섰다. 그 모습을 해태 선수들은 뜨악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홍윤표 선임기자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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