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6. 11
김봉연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첫 해 홈런왕이었다. 당대 홈런 강타자로 이만수와 쌍벽을 이루었던 그는 1986년에도 다시 홈런왕에 올랐다. 그의 선수생활은 1988년을 끝으로 비교적 짧게 끝났다.
은퇴 후 해태 타이거즈의 코치로 새롭게 출발했던 김봉연은 1990년에 뜻하지 않았던 심판 손찌검 사건에 휘말려 지도자로서 큰 시련을 겪게 된다.
그해 9월 12일, 해태는 광주구장에서 열렸던 OB 베어스전에서 1-5로 이끌렸다. 7회 말, OB 선발 김동현에게서 3회에 솔로 홈런을 뽑아냈던 이순철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순철은 6회부터 등판한 OB 투수 계형철에게 ‘바라보기 삼진’을 당하자 허운 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자신의 방망이를 홈플레이트에 강하게 패대기친 다음 덕 아웃으로 향했다.
허운 주심이 이순철의 뒤를 쫓아가 그의 팔을 잡았다. 그 순간 해태 덕 아웃에서 김응룡 감독이 득달같이 달려 나왔다. 김봉연 타격코치 등도 그 뒤를 따랐다. 김응룡 감독이 허운 주심과 마주서 험한 소리를 교환하며 말다툼을 벌였다.
김응룡 감독이 돌아서 가려는 장면에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허운 주심이 등 뒤에 대고 상소리를 내뱉었다. 마침 바로 옆에서 욕지거리를 들은 김봉연 코치의 왼손이 지체 없이 허운 주심의 오른뺨으로 날아갔다.
더 볼 것 없이, 그 대목에서 ‘전가의 보도(傳家寶刀)’인 “퇴장” 소리가 그라운드에 메아리쳤다.
김봉연 코치는 당시 “야구 선배격인 나는 물론 감독님께도 상스러운 소리를 계속해 화가 치밀었다”고 손찌검의 배경을 설명했다. 해태 구단 측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둘러싼 실랑이 도중에 허운 주심이 “에이, x할x들, x같아서 못해먹겠네, 이거 놓아, x할x들” 따위의 상소리를 해 김봉연 코치가 홧김에 뺨을 때리게 된 것이고 주장했다.
반면 허운 주심은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경기 도중 심판에게 손찌검을 하는 것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납득할 수 없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항변했다. 허운 주심은 “욕을 한 적이 없다”며 해태 쪽과는 상반된 주장을 했다.
그 장면을 목격했던 야구관계자들은 허운 주심이 극도로 흥분한 듯 김봉연에 대해 퇴장 선언을 할 때도 쓰고 있던 마스크를 그라운드에 팽개치면서 큰 소리로 외치는 등 심판으로서 냉정함을 잃었다는 증언도 했다. 그 소동으로 경기는 10분간 중단됐다.
그 사건 다음날인 9월 13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김봉연에게 벌금 200만 원과 출장정지 30게임이라는 아주 무거운 징계를 내렸다. 그 같은 징계는 유례가 없었던 중벌이었다. 해태 구단도 KBO와 별도로 벌금 50만 원의 자체 징계 조치를 취했다. 반면 허운 주심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광주 북부 경찰서는 소동이 일어난 지 사흘 뒤인 9월 15일에 김봉연 코치(당시 38살)와 허운 주심(당시 31살), 이순철 등 모두 4명에게 출석 요구서를 발부, 사건 진상을 조사하기도 했다.
KBO의 중징계조치에 대해 해태 구단 쪽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사건에 앞서 일어났던(5월 27일) 삼성 라이온즈의 이만수의 깡통사건(이만수가 관중이 던진 깡통을 관중석에 되돌려준 사건) 때는 삼성 구단 측이 무기한 출장정지 자체 징계를 내렸다는 이유로 KBO가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삼성 구단은 이만수에게 8게임 만 쉬게 한 다음 다시 내보냈으나 KBO는 이를 묵인했다.
20년 세월이 훌쩍 지난 이 시점에서 김봉연은 그 소동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그 때 김응룡 감독이 항의하러 나갔다가 어필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허운 주심이) 감독한테 xx놈 이러는 거야. 그 걸 나만 들은 거야. 뭐라 할 수도 없고,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지. 아무리 심판이라도 선후배 간에 지킬 것은 지켜가면서 해야지. 야구 경기 룰 뭐 그런 것 때문에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징계를 세게 맞은 일과 관련, 후속 처리 과정에 대해 김봉연 코치는 해태 구단 측에 서운함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 무렵 그라운드에서 일어난 ‘공적인 일’의 제재금은 구단이 내주는 게 통례였다.
그와 관련 김봉연 코치는 “김응룡 감독이 경기를 하다가 그랬으니 구단이 내줘야 한다고 말했지만, 구단은 절대로 못 내준다고 했다. 후계구도와 관련해 안티그룹이 생긴 것이고 김봉연을 깔아뭉개려고 그랬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김봉연 코치는 “구단이 ‘너는 해 줄 수 없어’라고 했다. 그래서 ‘에이, 잘 먹고 잘 살아라’고 때려 치고 나왔다. 그 때 해태 때문에 야구 발전이 안 된다는 소리가 많았다. 말 안 들으면 트레이드시킨다고 그러고”라며 “나는 감독 하라는 팔자가 못되는 가봐”하고 웃었다.
홍윤표 선임기자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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