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것들 - 김현승
너희들의 이름으로
너희들은 허물할 것이 없다.
너희들의 아름다움은
그 측은한 머리와 두려워하는 눈동자,
연약한 팔목과 의지함에 있다.
너희들의 귀여움은,
대숲에서 자고 나오는 아침 참새들처럼
재재거리는 그 소리와,
이유없는 기쁨과 너희들이 깎는 연필심과 같이
까아만 너희들의 눈동자에 있다.
너희들이 슬프게도 아아 슬프게도
달리는 흉기 그 앞바퀴에 깔려
너희의 고사리 같은 손을 아스팔트에 던지고
쓰러졌을 때,
나는 너희들의 이름이 애끊는 이름이
저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나는 눈물이 너무 많아서
나는 아무래도 천국으로 갈 수는 없겠다!
너희들은 햇빛을 햇빛이라 부르고
서슴지 않고 배고픔을 배고픔이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너희들의 깨끗한 한국어는
가장 강한 노래의 샘물이 된다.
빈틈없는 어른들의 교훈보다
어설픈 너희들의 이상한 꿈과 말의 지껄임,
그 처음의 생명 속에서
너희들은 종교보다 한걸음 앞서서
언제나 이 세상에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