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축구수첩] K리그, 사람 아닌 구단이 돈 벌어야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9. 17. 23:24

본문

2015. 07. 15

 

K리그 클래식 1~2위 전북과 수원의 주전 공격수, 에두와 정대세의 시즌 도중 이적으로 K리그가 시끄럽다. 에두는 약 40억원이라는 많은 돈을 전북에 안겨주고 갔지만, K리그 클래식 득점 선두인 그가 간 곳이 중국 2부리그라는 점 때문에 팬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것 같다. 정대세도 비슷하다. ‘레알 수원’으로 불렸던 수원 삼성이 일본 J리그 꼴찌팀에 그를 판 것은 확실히 예전에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갑론을박’이 축구계에서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다. “K리그엔 왜 투자가 없는가”란 얘기가 나왔다. 최근엔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회가 2012년 9월 결의한 연봉공개 때문이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시끌벅적하다. 사실 프로스포츠에서 스타가 떠나가는 것 만큼 박탈감을 느낄 사건도 없다. 각 구단과 K리그 전체 팬들의 아쉬움,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않으면 6개월 단위로 열리는 이적시장 때마다 K리그엔 소모적인 논란만 펼쳐질 수밖에 없다. 국내 프로축구는 1983년 출범했다. 근래 몇 년을 살펴볼 게 아니다. 33년이란 전체적인 리그 역사를 모두 챙겨야 답을 찾을 수 있다.

K리그가 지금 홍역을 치르고 있는 이유는 어찌보면 간단하다. K리그에선 오랜 기간 사람이 돈을 벌었지, 구단이 돈을 벌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팬들이 말하는 이른 바 ‘투자(인건비 지출)’가 프로축구에 없었던 게 아니다. 필자는 지금의 침체기를 도리어 ‘과잉 투자의 후유증’으로 본다. 지나간 30여년이 그렇다. 1980~90년대 10개 구단도 되지 않았던 K리그는 사실상 프로라고 보기가 어려웠다. 포커스가 소수 기업구단 사이 우승 및 자존심 경쟁으로 자연스럽게 맞춰지다보니 각 구단은 거꾸로 프로로서의 존립 기반을 다져나가는데 실패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전후로 불어닥친 ‘축구 붐’과 최신 축구전용구장은 미진했던 K리그 산업화를 이끌 절호의 찬스였으나 역시 살리지 못했다. 특히 2000년대 국내 프로축구엔 돈이 참 많았다. 일본 J리그가 위기를 겪고, 중국 프로축구는 수준이 떨어진 탓에 K리그는 동아시아에서 제법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그 돈은 거의 대부분 사람에게 흘러가서 사라졌을 뿐이었다. 어지간한 국가대표 혹은 올림픽대표 이적료와 연봉이 10억원을 호가했고, 이는 J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이나 유럽에서 부진했던 선수들까지 빨아들이는 촉매 역할을 했다. 경기력은 상승했고 아시아 무대를 주름잡는 실력으로 이어졌다. 선수와 에이전트, 각종 축구 관계자들의 삶이 그런대로 나아졌다.

그러나 정작 구단엔 남는 게 없었다. 그게 지금의 후유증으로 이어진 이유다. 2000년대 지방 기업구단에 몸 담았던 관계자는 “돈 많이 썼다. 예산을 초과해서 선수를 사도 결국 모기업에서 나중에 추가로 그 만큼 돈을 줬다. 어느 순간부터 그게 안 통하더라”고 밝혔다. 또 다른 기업구단 관계자는 “10년 전에도 우승 경쟁을 했다. 그게 모기업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였기 때문이다. 각종 자료들이 없다보니 서로 ‘저 쪽 구단이 더 많이 쓴다’는 보고를 위에 하기도 했다. 지금은 (연봉공개 등)각종 기록이 나오고 있고, 또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다”고 말한다.

시대가 바뀌었다. 프로스포츠 자체적으로 살아가는 게 시대적 요구로 등장했다. 이른 바 ‘스포츠 3.0’ 시대가 도래한 셈인데, 이를 K리그에 옮겨다 놓으면 사람이 아니라 구단이 돈을 버는 시대, 구단이 있어야 선수가 존재하는 시대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도요타식 ‘마른 수건 쥐어짜기’가 정답이라고 할 순 없지만, 수억·수십억을 들여 데려온 선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있을 지 불분명한 것도 지난 30년이 증명하고 있다. 모기업도 예전과 다르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아웃푸트가 확실한 곳엔 아낌 없이 쓰지만, 그렇지 않으면 쓰지 않는다.

바야흐로 구단이 돈을 벌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경기장 임대 등이 개선되지 않아 한계는 여전히 있지만, 그럼에도 이 길을 걸어가야 하는 이유다. 현실이 그렇다. 지금은 구단이 구단 자체로서, K리그가 K리그 자체로서 존재하도록 토대를 다져야 하는 기간이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