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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베이루트 원정, '대표팀 2원화'는 어떨까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9. 1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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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7. 29

 

‘슈틸리케호’가 곧 국내파 위주 대표팀을 이끌고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에 나선다. 그런데 동아시안컵은 일종의 ‘모의고사’다. 당장 태극전사들에게 닥친 ‘본고사’는 9~10월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G조 3연전이 될 것이다.

2차예선은 한국이 무난히 오를 수 있는 무대다. 그렇다고 여유를 부리기엔 최근 아시아 다른 나라 수준이 많이 상승했다.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경기도 보인다. 특히 9월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리는 레바논과의 2차예선 3차전이 그렇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에서 드러난 두 차례 ‘베이루트 악몽’을 떠올려보자. 유럽을 방불케하는 6시간 시차와 낙후된 훈련장, 잔디 상태가 고르지 못한 경기장, 그리고 홈에선 180도 바뀌는 그들의 축구 실력에 태극전사들은 고전했다. 3차예선에선 패하면서 감독이 바뀌는 계기가 됐고, 최종예선에선 간신히 비기면서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그런 레바논 원정이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레바논은 다급하다. 홈팀은 한국전에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G조는 한국의 전력이 앞서는 가운데 쿠웨이트와 레바논, 두 중동 팀이 추격하는 구도로 예상됐다. 그런데 레바논이 지난 달 쿠웨이트와의 홈 경기에서 0-1로 패해 이번 한국과의 홈 대결에서 이기거나, 최소한 비겨야 남은 일정을 통해 반전을 노릴 수 있다. 레바논 거센 저항이 ‘슈틸리케호’에 밀려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어느 때보다 레바논 원정을 잘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9월 2연전 일정을 보면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만약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9월 대표팀을 이원화한다면 어떨까. 한국은 3일 라오스와 홈 경기를 치른 뒤 두바이를 경유, 8일 벌어지는 레바논 원정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지금 ‘슈틸리케호’ 주전을 구성하는 유럽파 입장에선 상당한 체력과 시차가 발생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성용과 손흥민 등 유럽파 선수들은 소속팀 경기 직후 12시간 비행기를 타고 7~8시간 시차가 나는 한국에 와서 라오스전을 소화한 뒤, 다시 12시간을 날아가 6시간 시차가 나는 레바논에서 원정 경기를 또 해야 한다. 일주일 남짓한 시간에 시차가 두 번이나 바뀌는 셈이다. 생리학자들에 따르면 1시간 시차를 극복하기 위해선 하루가 필요하다고 한다.

 

▲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레바논 맞대결이 2012년 6월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가운데 곽태휘(왼쪽 두번째)가 헤딩슛을 하고 있다. / 스포츠서울DB


그렇다면 레바논 원정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승부의 세계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지만, 라오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7위로 G조 5개국 중에 가장 약하다. 내달 동아시안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과 K리그 베테랑 위주로 팀을 만들어 라오스전을 해도 승산이 꽤 높다. 그런 다음, 라오스전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선수들을 추려 유럽에서 대기 중인 핵심 멤버들과 합쳐 레바논 원정을 치른다면 대표팀 전체가 보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축구는 최근 이와 비슷한 상황을 두 차례 맞았다. 2011년 11월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에선 카타르와의 원정 경기와 사우디아리비아와의 홈 경기를 사흘 간격으로 치렀다. 당시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정동호와 김영권, 조영철, 정우영 등 J리거 4명을 숨겨뒀다가 사우디아라비아전 앞두고 긴급 발탁, 이원화 형태를 만들었다. ‘홍명보호’의 이런 전략은 2연승으로 결실을 맺었다. 2012년 6월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도 카타르와의 원정 경기와 레바논과의 홈 경기를 나흘 간격으로 했다. 최강희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도 이원화를 검토했다. 그러나 카타르전 이전에 스페인과의 유럽 원정 평가전이 생기는 등 변수가 불거지면서 ‘정면돌파’로 방침을 바꿨고, 선수들에게 시차 및 날씨를 이겨낼 파이팅을 주문했다. 최 감독 승부수 역시 2연승으로 성공했다.

어떻게 보면 정답은 없다. 과거를 보면 시차와 기후 문제도 뛰어넘을 만큼 한국의 실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한 축구인은 “9월이면 시즌 초니까 유럽파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덜 힘들다. 2연전을 모두 소화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원화가 필요한 이유를 꼽으라면, 앞서 제기한 것처럼 레바논의 절박한 사정을 들 수 있다. 한국과의 홈 경기에서도 지면 레바논의 러시아 월드컵 예선은 사실상 끝난다고 봐야 한다. 레바논에게 9월3일 경기가 없다는 것도 변수다. 결국 자기네 홈에서 일주일간 한국전 하나만을 위해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기다릴 수 있다. 그렇다면 ‘슈틸리케호’도 목표인 2연승을 위한 영리한 수싸움과 준비가 필요하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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