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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피치] 아마야구의 도덕적 해이

---Inside Pitch

by econo0706 2023. 2. 1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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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08. 10

 

6일 미국 LA에서 끝난 한.미 야구선수권대회는 한국 아마야구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대표팀 구성에서 대회 추진, 현지에서의 대회 진행까지 정의감이나 소신과는 거리가 먼,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발상으로 결국 대회는 파국으로 끝났다.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3전 전승을 거뒀고, 5년 만에 대회를 부활시켜 한국과 미국의 야구 교류가 재개됐다는 건 허울 좋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로는 상식 이하의 대회였다. '한국야구 100주년, 미국이민 102주년을 기념한 한국과 미국의 야구교류'라는 대회의 본뜻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수준 이하의 미국팀(세 게임 스코어를 합하면 26-2로 한국이 앞선 일방적인 내용이었다)을 상대해야 했고, 들러리인 연예인 야구단에 국가대표선수들이 끌려다니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번 대회는 올해 대한야구협회 사업계획에 잡혀 있지 않았다. 그런데 몇몇 야구관계자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대회를 계획했고, 추진했다. 그들이 접촉한 미국 현지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대회를 통한 금전적 이익만이 그들의 목표였다.

 

그들은 숙박시설부터 대회 개최지, 중계방송까지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결국 선수들은 1, 2차전을 동네구장 수준의 야구장에서 치렀고, 안내책자 하나 없이 대회가 진행됐다. 3차전은 KBS 위성방송이 중계한다고 했으나 '현지 사정'으로 무산됐다.

 

아마야구 주관기구인 대한야구협회를 통해 이런 졸속 행정이 이뤄진 것은 실망스럽다. 몇몇 사람들의 로비에 놀아난 결과다. 대한야구협회 이내흔 회장은 대회 계획을 냉정하게 검토하지 않았고, 허가 여부를 소신있게 결정하지 못했다. 대한야구협회는 2003년 프로야구 주관기구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실질적인 행정통합을 이뤘다. KBO는 매년 10억원의 아마야구 기금을 지원하는 아마야구의 '모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지원을 통해 유소년야구 육성이 적극적으로 이뤄졌고 경찰청 야구단의 창단이 결정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놓고 KBO는 '모기업'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히려 부실한 행정이 이뤄지는 것을 방조한 책임이 있다.

 

치료는 예방보다 못하다. 그러나 상처는 이미 생겼고 대회는 끝났다. 이젠 그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대한야구협회는 쓴 교훈을 약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태일 / 야구전문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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