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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축탁축(淸蹴濁蹴)] EPL, 역대 최고의 시즌 중 감독 교체 열풍에 휩싸이다

--최규섭 축구

by econo0706 2022. 9. 1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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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10.

 

장수는 전장에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 승패를 다투며 희열과 비분의 엇갈림 속에서, 삶의 순간순간을 맞이하고 헤쳐 나간다. 그들에게 이기고 짐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렇더라도 무릇 장수라면 싸울 때마다 늘 이기는 군사를 이끌고 싶을 듯하다.

그렇지만 어찌 백전백승의 상승군(常勝軍)이 가능할까?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히는[破釜沈舟·파부침주] 기발한 한 수를 앞세워 통천하의 기틀을 다지는 기개를 뽐냈던 초패왕 항우도 어떠했는가? 한신의 사면초가(四面楚歌)에 휘말려 일패도지의 나락으로 떨어져 자진의 길을 걸었던 그였다. 예로부터 회자된 “이기고 짐은 병가에서 일상적 일이다[勝敗兵家之常事·승패병가지상사]”라는 병학의 금언이 지금까지도 설득력 있게 들리는 까닭이다.

 

▲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 / ⓒGettyimages


현대 스포츠는 승부의 세계다. 건전한 신체를 단련해 건강한 삶을 누린다는 이상은 허구의 절대 선쯤으로 도외시된 지 오래다. 특히, 프로 스포츠는 더하다. 우승자가 독식하는 약육강식의 철칙만이 존재한다.

이 맥락에서, 스포츠와 전쟁은 일맥이 통한다. “그라운드 또는 코트는 전장의 압축판이다.”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 스포츠 전문가들이 부지기수일 정도다. 그만큼 적자생존이 지배하는 마당이 스포츠 세계다.

오히려 더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스포츠에서 감독은 장수로 비견된다. 그런데 감독의 수명은 장수만 못 한 현실이다. 승패에 연연한 구단의 칼바람 앞에서, 감독은 곧잘 희생양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절대 왕정 시절에도 군주는 “물을 건널 때는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라며 웬만하면 전쟁 중에 장수를 교체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요즘 무색해졌다. 시즌 중에도 감독 교체의 극약 처방전을 꺼내 드는 구단이 적지 않다. 프리미어리그(PL) 2021-2022시즌을 보면 뚜렷하게 드러나는 현상이다.

유달리 잦은 이번 시즌 감독 교체 처방, 약효 들려면

“감독, 곧 바람 앞의 등불이다.” 이번 시즌 PL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 아닐까 한다. 그만큼 시즌이 한창 펼쳐지는 중임에도, 감독 교체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벌써 다섯 명이 독약이 든 성배의 운명을 피하지 못하고 중도 낙마했다.

지난 8월 13일(이하 현지시간) 9개월여(~5월 22일 예정)의 대장정에 들어간 PL은 이제 막 초반부를 지나가고 있다. 팀당 경기 수(38)로 본다면, 11경기씩을 치렀으니 아직 ⅓을 채 소화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벌써 다섯 개 클럽이 감독을 시즌 중에 일찌감치 갈아 치웠다. 노리치 시티가 다니엘 파르케 감독을 지난 6일, 애스턴 빌라가 딘 스미스 감독을 하루 뒤인 7일에 각각 퇴진시키며 사령탑 교체 물결에 합류했다. 두 팀은 아직까지(9일 현재) 후임 사령탑에 누구를 앉힐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왓포드 감독 / 구단 홈페이지

 

이번 시즌 단초는 왓포드가 열었다. 지난 10월 3일, PL 승격을 이끌었던 시스코 무뇨스 감독을 해임하며 퇴진 선풍에 앞장섰다. 전격적 교체 단행 하루 뒤에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을 후임 사령탑에 선임할 만치 재빠른 행보였다.

이어 새로운 갑부 구단주를 등에 업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한국인 손흥민이 에이스로 활약하는 토트넘 홋스퍼가 퇴진 열풍의 강도를 높였다. 뉴캐슬은 지난 10월 20일에 스티브 부르스 감독을 사령탑에서 내리고 19일 뒤(11월 8일) 에디 하우 감독을 새로 앉혔다. 지난 11월 1일, 토트넘은 누누 산투 감독과 124일 만에 결별하고 그 이튿날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새로 손을 맞잡았다.

이번 시즌 중 사령탑 교체는 역대로 외연을 넓혔을 때 얼마나 잦게 일어났는지 쉽게 읽을 수 있다. 이번 시즌 PL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는 20명 중 시즌 중에 사령탑에 앉은 감독은 14명(공석 둘 포함)이다(표 참조). 이 가운데 5명(35.7%)이 2021-2022시즌 중에 새로 감독에 취임했거나 취임할 예정이다.

▲ 에디 하우 뉴캐슬 감독 / 구단 홈페이지

 

가장 오래 전으론 션 디쉬 감독이 손꼽힌다. 2012~2013시즌 중에 번리 지휘봉을 잡았다. 이번 시즌을 빼고 가장 최근엔 토마스 투헬 감독이다. 올 1월 2020-2021시즌 중 첼시 사령탑에 올랐다. 이 밖에 ▲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이 2015-2016시즌 중 ▲ 토마스 프랑크 브렌트퍼드 감독(EFL 챔피언십), 랄프 하센휘틀 사우샘프턴 감독,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브렌던 로저스 감독이 2018-2019시즌 중 ▲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 데이비드 모예스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감독이 2019-2020시즌 중에 각각 새로 지휘봉을 잡고 전장에 뛰어들었다.

시즌 중 사령탑 교체는 충격요법이다. 약효가 주효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자칫 잦은 교체의 악순환 고리에 빠져드는 부작용이 일 수도 있다. 따라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세계적 명장인 위르겐 클롭 감독도 중도 취임한 첫 시즌에 쉽사리 자신의 색깔을 내지 못했다. 클롭 감독이 PL에서 명성에 걸맞은 업적을 내는 데엔 다섯 시즌이 필요했다. 2014-2015시즌 6위였던 리버풀은 클롭 체제 1막인 2015-2016시즌 오히려 8위로 추락했다. 두 시즌(2016-2017~2017-2018) 연속 4위와 2018-2019시즌 2위를 거쳐 비로소 5막인 2019-2020시즌에서야 비로소 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다.

 

시즌 중 감독 교체는 양면성을 갖춰야 한다. 비록 고비에서 벗어나는 격장술의 한 방책으로 운용하더라도 장기적 포석의 첫걸음을 내디디려는 조심스러운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아울러 감독이 팀 리빌딩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 줘야 한다. 믿음을 갖고 밀어줄 때, 감독도 신명 나서 기세를 돋울 수 있다.

“장수 나자 용마 났다.”라고 한다. 위기에 영웅이 나오듯, 명장도 좋은 때를 만나야 잠재력을 한껏 분출할 수 있다. 씨앗을 뿌려야 결실할 수 있듯, 여건을 조성한 뒤 감독의 역량을 기대해야 하지 않겠나. “투자 없는 성적은 있을 리 없다.” 스포츠계의 한결같은 금과옥조다.

 

최규섭 /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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