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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캄보디아 김연아' 피아비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9. 2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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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6. 28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 당구가 정식종목으로 올랐을 때 뜨악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만 해도 국내에서는 당구를 스포츠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냥 동네 당구장에서 내기 당구나 하는 오락 수준? 그런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 10개나 걸려있는 정식종목이 된 것이다.

당구는 2014년 인천 대회부터 빠졌는데 2030년 도하 대회에서 20년 만에 다시 정식종목이 됐다.

2002년 부산 대회 남자 스리쿠션에서 금메달을 딴 황득희가 한국의 유일한 당구 금메달리스트다. 당구 인구가 늘어나면서 차유람 같은 인기 선수도 생겼고,

2019년에는 프로화도 됐다. 은퇴자들 사이에서 다시 당구 붐이 일고, 마침 코로나로 인해 스포츠 경기가 축소되면서 이젠 스포츠 채널에서 경쟁적으로 당구 중계를 한다. 당구가 인기 스포츠가 되면서 갑자기 주목받게 된 선수가 캄보디아 출신의 스롱 피아비(31)다. 피아비는 혜성과 같이 나타나서 단시간에 국내 여자 당구 정상에 올랐고, 프로로 전향해서도 단 두 번째 대회에서 우승했다.

피아비는 그 배경이 특이해서 더욱 관심이 간다. 캄보디아에서 아버지를 도와 감자 농사를 짓던 피아비는 스무 살 때인 2010년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왔다. 신랑은 자신보다 서른 살이나 많았다. 먹고 살기 어려워 결혼 이민을 온 경우다. 여기까지 보면 가난한 나라의 처녀가 타국에 와서 생면부지의 늙은 남편과 사는, 불쌍한 스토리다.

 

▲ 스롱 피아비는 우연히 남편을 따라 당구장에 갔는데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남편이 피아비에게 당구를 배우라고 권유했다. 피아비는 곧 스리쿠션 국내 여자 1위에다 세계 2위까지 올랐다. 사진=스롱 피아비 페이스북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그런데 반전이 생겼다. 우연히 남편을 따라 당구장에 갔다가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남편이 당구를 배우라고 권유했다. 피아비는 곧 스리쿠션 국내 여자 1위에다 세계 2위까지 올랐다.

캄보디아에서는 영웅이 됐다. '캄보디아 김연아','캄보디아 당구 여제','스트롱 피아비' 등 많은 별명이 붙었다. 캄보디아에서 김연아 급으로 인기가 있다고 그렇게 부르나 상황은 다르다.

김연아는 국내 비인기 종목인 피겨 스케이팅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땄기에 영웅이 됐지만 그래도 가족의 보살핌 속에서 어렸을 때부터 운동했다.

피아비는 가난한 캄보디아 농부의 딸이었고, 사고무친의 땅에 결혼해서 왔다. 2010년 당시 캄보디아의 1인당 GNP는 700달러 수준이었다. 딱 1960년대 한국이다. 당시 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메리칸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떠난 상황과 비슷하다. 피아비는 '코리안드림'을 안고 당구로 성공하려고 한국 땅을 밟은 게 아니다. 당구의 '당'자도 몰랐다. 그녀가 당구로 성공하리라고는 본인을 포함해서 아무도 몰랐다.

이건 운명이다. 호구지책으로 왔다가 '기회의 땅' 한국에서 자신의 숨어있던 재능을 발견했고, 새벽까지 피나는 노력 끝에 그 기회를 움켜쥐었다. 만일 피아비가 한국에 오지 않았다면 자신에게 당구의 재능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면서 평범한 캄보디아의 농사꾼이 됐을 것이다.

피아비의 '뜻하지 않은 성공'은 조국 캄보디아의 위상도 높여주었다. 캄보디아는 고작해야 앙코르와트나 킬링 필드의 나라 정도로 알려져 있다. 피아비는 캄보디아의 어떤 외교관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자료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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