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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비키니] 프로야구 감독이 영어로 매니저라고?

--황규인 야구

by econo0706 2022. 9. 2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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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6. 06

 

프로야구 감독은 영어로 ‘매니저(manager)’입니다. 다른 종목의 헤드코치(head coach)가 프로야구에서는 매니저죠. 그런데 4월 문을 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영문 홈페이지(eng.koreabaseball.com)는 5일까지 각 팀 감독을 헤드코치라고 써 두고 있었습니다. 제가 “잘못된 게 아니냐”고 묻자 박근찬 KBO 홍보팀장은 “한국 프로야구는 주무를 매니저라고 부르다 보니 착오가 있었다”고 답했고 현재 매니저로 바뀐 상태입니다.

사실 프로야구 감독이 매니저가 된 이유는 메이저리그 초창기에 감독이 주무 역할을 맡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공식 사학자 존 손 씨는 “19세기에 매니저는 영수증을 처리하고 기차시간에 맞춰 선수들을 태워 보내는 인물을 뜻했다”며 “요즘 감독과 코치가 하는 일은 캡틴(주장)이 책임졌다. 때로 이들에게 매니저 역할을 요구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단을 이끄는 인물을 매니저라고 부르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영사학자 앨프리드 챈들러 전 하버드대 교수(1918∼2007)에 따르면 남북전쟁 직후까지는 사장 아래 회계 책임자 한 명, (직원들의 근무 행태를 관리하는) 매니저 한 명이 있는 게 일반적인 기업 형태였습니다. 프로야구단도 이 전통을 따랐던 셈입니다. 이 때문에 기업이 아닌 아마추어 야구팀 감독은 지금도 헤드코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베이스볼 라운지 일러스트레이션 / 경향신문


주장이 감독과 코치 구실을 했던 전통은 지금도 메이저리그 팀에 남아 있습니다. 주장 자리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 겁니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올 시즌 캡틴이 있는 팀은 뉴욕 양키스(데릭 지터)와 메츠(데이비드 라이트), 시카고 화이트삭스(폴 코너코)뿐입니다. 국내 9개 구단에는 모두 주장이 있습니다.

또 예전에는 주장이 곧 감독이고 코치였기 때문에 야구장 안에서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손 씨는 “이들은 주전 선수처럼 경기에 자주 나서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스스로 야구선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유니폼을 입는 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모든 감독이 유니폼을 입었던 건 아닙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필라델피아(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감독을 지낸 코니 맥(1862∼1956)입니다. 그는 1894∼1896년 피츠버그 감독을 맡았을 때는 포수 겸 감독이었기에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그러다 1901년부터 필라델피아에서 감독 역할만 하게 되자 정장 차림으로 더그아웃에 앉았습니다.

 

▲ 1901∼1950년 필라델피아 구단주 겸 감독을 지낸 코니 맥.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정장 차림 감독이 메이저리그 더그아웃에서 사라진 건 맥이 감독에서 은퇴하던 1950년. 그가 50년 동안 감독직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감독 겸 구단주였기 때문입니다. 맥이 물러나면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감독 및 코칭스태프는 유니폼을 입어야 하며 선수나 코칭스태프는 구단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라고 규정을 손봤습니다.

두 번째 규정 탓에 애틀랜타 구단주였던 테드 터너(76·CNN 설립자)는 메이저리그 감독 꿈을 한 경기 만에 접었습니다. 그는 1977년 팀이 16연패에 빠지자 감독을 휴가 보내고 자신이 감독석에 앉았지만 사무국에서 이 규정을 내세우자 물러나야 했습니다. 팀은 그가 감독을 맡은 경기에서 패하면서 17연패에 빠졌고요. 당시 애틀랜타에는 나중에 한국 프로야구 롯데 감독을 지낸 제리 로이스터(62)가 뛰고 있었습니다.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

 

자료출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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