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09. 06
최익성(34)은 5일 미국 LA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환송을 나온 사람도, LA에서 마중을 나와줄 사람도 없는 외로운 비행이다. 다시 떠난다고 했을 때, 그에게 많은 사람이 어디로 가는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야구를 하러 갑니다" 가 전부였다.
최익성. 그는 국내 프로야구에서만 6개 팀을 옮겨 다닌 '떠돌이 외야수'다. 좀 멋있게 '저니맨'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뭐가 다르랴. 1994년 삼성에 데뷔해서 99년 한화, 2000년 LG, 2001년 KIA, 2002년 현대, 2004년 다시 삼성, 그리고 2005년 SK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과 롯데만 빼고 전 구단의 유니폼을 다 입어봤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이 팀을 옮긴 선수다.
▲ 삼성 라이온스 - 한화 이글스 - LG 트윈스 - SK 와이번스 - KIA 타이거스 -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은 최익성 / 스포츠서울
그는 "전생에 무슨 방랑귀신이라도 붙었는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해가 바뀌면 팀이 바뀌는 통에 아직 결혼을 못한 노총각이다. 정 붙일 만하면 보따리를 싸야 했고, 그래서 누군가를 지속적으로 만나기도 어려웠다. 그는 "그래도 어딘가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다는 게 반가웠다. 나를 인정해 준다는 것 아니었겠느냐"고 자신을 달랜다. 그런 주위의 관심도 2005년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SK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그는 시선을 외국으로 돌려야 했다.
처음엔 최향남(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마이너리그)과 함께 운동을 하며 대만 프로야구에 테스트를 받으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지난 3월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너리그 진입을 타진했다. 그러나 그것도 4개월 만에 수포로 돌아갔다. 7월 말 귀국해서 다시 몸을 만들었다. 그때 친분이 두터운 이승엽과 함께 바벨을 들기도 했다. 이번에 다시 LA로 간다. 시즌을 마친 마이너리그 구단의 문을 두드려 테스트를 받기 위해서다. 안 되면 도미니카건 멕시코건 베네수엘라건 겨울에 야구 하는 팀을 찾아볼 생각이다.
한국 프로야구 12년 통산타율 0.267, 홈런 60개. 주전으로 뛴 기간은 2년밖에 안 되는 대타 전문 최익성이 30대 중반의 나이에 새 팀을 찾아 나서는 건 뭔가. 고집인가, 무모한 도전인가.
"난 지금까지 안 된다는 말만 들어왔다. 야구도 남들보다 늦은 중학교 2학년 때 시작했고, 프로에도 연습생으로 들어갔다. 성공보다는 실패가 익숙한 나다. 그러나 '끝'이라는 말은 내가 하고 싶다. 지금 그만두는 건 포기다. 포기는 미련을 낳는다. 그래서 다른 일을 하더라도 후련하지 못할 것 같다. 내 안에 불꽃은 남아 있다. 내 힘으로 그 불꽃을 태우고, 다 타고 나면 그때 내 입으로 '끝'이라고 말하겠다. 그러고 나서 다른 길을 가겠다."
그의 캘리포니아행이 황금을 캐는 '골드러시'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금을 캐지 못하더라도 '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을 것이다. 도전은 왜 아름다운가.
이태일 / 야구전문기자
자료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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