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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피치] '바다 이야기'가 아닌 '잔디 이야기'써야

---Inside Pitch

by econo0706 2022. 9. 2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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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08. 23

 

프로야구 모 구단은 6월 초 강도 높은 선수단 품위 유지 관련 내규를 발표했다. '품위 유지'의 핵심은 성인오락실 출입 금지였다. '바다이야기'로 상징되는 도박성 성인오락을 할 경우 연봉의 10%를 반납해야 한다는 강력한 벌칙이 주 내용이었다. 선수들은 모두 서약서에 사인했고 직원들도 동참했다. 이 강력한 내규는 프로야구가 '검은 바다'에 빠질 수 있는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예방주사였다.

 

'바다이야기'를 비롯한 사행성 성인오락은 프로야구를 갉아먹을 수 있는 해충이며 일부 구단에서 내규를 만들 정도로 폐단이 심각하다. 특히 프로야구가 정정당당한 페어플레이,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스포츠맨십을 통해 감동과 교훈을 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선수들이 사행성 오락에 물든다는 건 치명적이다.

 

프로야구의 주체인 선수들이 그 검은 바다에 빠져 있다면 그들은 스포츠가 창조해야 할 정직한 승부나 진실한 땀의 의미보다 사행성 짙은 한탕주의로 그라운드를 물들일 수 있다. 그 경우 프로야구가 출범 원년(1982년)에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 가운데 하나인 '건전한 여가 선용'은 멀어지고 만다.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은 일본 전지훈련을 통해 일본의 성인오락인 '빠찡꼬'를 접해 왔다. 그리고 승부를 즐기는 운동선수의 본성에 중독성이 강한 오락의 특성이 보태져 성인오락을 즐겨 왔고, 일부는 지금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의 성인오락은 음지에서, 시간 제한 없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선수들의 경기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강도 높은 내규를 만든 구단의 감독은 "경기장에 나가 보면 한눈에 누가 성인오락실에서 밤을 보내고 왔는지 알 수 있다. 몸짓부터가 다르다. 좁은 공간에서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잠도 못 자고 경기장에 나타난 선수가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라며 그 폐단을 지적한다.

 

프로야구 선수는 프로야구의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주체다. 그들이야말로 '검은 바다'에 빠지지 말고 '푸른 초원'으로 나와야 한다. 그들은 '바다이야기'가 아니라 '잔디 이야기'를 써야 한다. 좁고 답답한 공간이 아니라 넓고 상쾌한 푸른 잔디 위에서 정정당당한 승부를 통해 땀의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정직한 가치를 통해 공명정대한 사회를 만드는 데 한몫해야 한다. 그게 프로야구 선수들이 갖는 가치며 그들이 연봉을 받는 이유다. '바다이야기'가 일으킨 파문은 프로야구계에도 예외일 수 없는 '자성(自省)경보'다. 그 파문을 통해 이제껏 바닷속에서 밤을 보내고 붉게 충혈된 눈으로 경기장에 나왔던 선수가 있었다면 이제 달라지길 바란다. 스스로 깨닫고, 푸른 초원으로 나와주길 바란다.

 

이태일 / 야구전문기자

 

자료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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