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3. 11
출범 31년째를 맞은 2014년 현대오일뱅크 프로축구(K리그) 클래식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3월 8일 디펜딩 챔피언 포항과 준 우승팀 울산의 화려한 개막전을 시작으로, 우승과 강등이라는 운명 속에 12개 팀이 9개월여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이번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다툼이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백전노장' 박종환(76) 성남 시민프로축구단 감독과 이차만(64) 경남FC 감독이 K리그 그라운드에 복귀, 이들의 풍부한 경험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개막전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집약됐다. 막강 1강으로 평가되는 전북이 새롭게 구축한 전력과 울산-포항의 명불허전 승부 정점, 그리고 40대 감독들이 주류를 형성한 K리그 그라운드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박종환 감독과 이차만 감독의 90분 맞짱 대결이 바로 그것이었다. 결과는 전북이 부산을 상대로 한교원(24), 정혁(28), 레오나르도(28)의 그림 같은 릴레이 골로 3-0 완승을 거두며, 막강전력을 과시 우승 후보다운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최고의 빅 매치였던 울산-포항의 동해더비에서는 울산이 후반 김신욱(26)이 터뜨린 개막축포로 포항을 1-0으로 꺾고, 작년 시즌 40라운드에서 후반 추가시간 터진 골로 당한 통한의 패배를 설욕했다, 울산은 그동안 대학, 실업 등에서 오랜 지도자 생활 동안 많은 우승경험을 갖고, 첫 프로축구 감독 사령탑에 오른 조민국(51) 감독에게 데뷔 승을 안기며 기쁨을 두 배로 맛보는 감격을 누렸다.
9일 기대를 모았던 성남과 경남의 맛대결은 이차만 감독이 루크(25)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 먼저 웃었지만, 승부결과 못지 않게 박종환, 이차만 두 '백전노장'의 그라운드 일거수일투족이 눈길을 끌었다.
박종환 감독은 1989년 천마 일화(성남시민프로축구단 전신) 프로축구단 창단 감독을 맡아 1993~1995년까지 K리그 정규리그 최초로 전후후무한 3연패를의 대기록을 달성한 말이 필요없는 한국프로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차만 감독 역시 1987년 대우 로얄즈(부산 아이파크 전신) 지휘봉을 잡고 1997년 정규리그와 컵대회 등 3개 대회에서 우승에 등극하며, 역대 최연소 우승 감독이라는 K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각각 7년 15년 만에 첫 단추를 꿰며 K리그 그라운드에 귀환한 박종환, 이차만 감독이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시즌개막전 두 노익장 감독이 표방한 ‘파도축구’와 ‘태풍축구’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 실체를 드러낸 ‘파도축구’와 ‘태풍축구’는 그렇게 거세지도 그렇다고 잔잔하지도 않은 찻잔속의 파도와 바람 같은 존재로 시간이 더 필요했다. 여기에는 시. 도민구단이 가질 수밖에 없는 재정적 열악함으로 인한 선수 구성의 태생적 한계에서 오는 영향이 크다.
그래서 성남과 경남이 3라운드 33로빈 방식으로 정규라운드를 치른 뒤, 1~6 상위그룹, 7~12 하위그룹으로 나누어지는 리그방식(각 팀당 총 38경기:스플릿 라운드 팀당 5경기 포함)으로 운영되는 K리그 클래식에서 과연 어느 그룹에 포함되는 성적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노병은 살아있다’라는 것을 증명해 주기 위해서라도 박종환, 이차만 감독은 K리그 클래식 그라운드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파도축구’와 ‘태풍축구’는 아니더라도 경각심과 자극의 사례가 될 수 있는 성적을 거두어야 한다.
한국프로축구에 어느 순간부터 지도자 선임 기준과 목표에 있어서 지도력과 경험 보다는 선수시절의 명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져 있다. 이런 상황 하에서 박종환, 이차만 감독의 K리그 복귀는 충격적이며 모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굳이 해외프로축구를 논하지 않더라도 프로 지도자는 풍부한 경험과 지도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기레이스를 펼치는 프로축구에서 경기력은 일관성과 안정성을 잃고 경쟁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매년 K리그 개막전 실시되는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 감독은 ‘이구동성’으로 공격축구로 재미있는 축구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한다. 그러나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패배와 실점을 의식한 소극적인 축구로 탈바꿈 K리그 발전과 흥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이는 대체로 경험과 과감성이 부족한 지도자들이 갖고 있는 축구철학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박종환, 이차만 감독 만큼은 이를 탈피하여 화끈한 공격축구를 구사, K리그 그라운드에 강한 태풍에 의한 높은 수준의 파도축구가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하여야한다.
전북 최강희(55)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가 K리그 그라운드에서 ‘공공의 적’으로 대두된 까닭은 두말할 필요성도 없이 ‘닥공’축구 때문이다. 만약 박종환, 이차만 감독이 자존심을 버리고 패배와 실점을 의식한 소극적인 축구로 일관한다면, 이는 곧 한국 프로축구 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임에 분명하다.
이제 한국프로축구에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Utd를 이끌었던 알렉스 퍼거슨(73) 감독과 같이, 장수 지도자로 서 명장의 반열에 올라서 찬사를 받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제까지 K리그 그라운드에 주류를 이루고 있는 패배와 실점을 의식한 소극적 축구의 잘못된 승부문화를 과감하게 단절할 수 있다.
지금 K리그 그라운드에 박종환, 이차만 감독은 그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다. 그렇다고 강한 투지와 정신력으로만 무장한 축구만을 구사하라는 것은 아니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동기부여, 정신력, 신뢰, 위기관리 능력 등을 앞세운 전술, 전략적으로 무장된 화끈하고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추구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곧 빠르게 변하는 현대축구 흐름에 동참하며 ‘할배’ ‘노익장’ ‘노장’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권토중래를 꿈꾸는 박종환, 이차만 감독은 명예회복은 물론이고, 한국프로축구에 모범은 커녕 돌이킬 수 없는 구시대 감독이라는 불명예 선례를 남기게 될 뿐 그 이상의 것은 없다. 이제 갓 1라운드를 마친 K리그 클래식이지만 박종환, 이차만 감독에게 부여된 의미와 역할은 물론 책임감과 희생, 봉사정신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김병윤 / 용인시축구센터 원삼중 코치
자료출처 :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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