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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피치] '멘토 선배' 말을 거름 삼아 큰 선수들

---Inside Pitch

by econo0706 2022. 10. 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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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06. 07 

 

1997년 어느 날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구장 스카이돔. 당시 루키 켈빔 에스코바(현 LA 에인절스)가 외야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별 다른 생각없이 캐치볼(볼을 던지고 받는 것)을 하던 그에게 한 선배가 다가왔다. 선배는 "아무 생각없이 그럴 게 아니라, 한 번은 상대의 왼쪽 어깨, 한 번은 상대의 오른쪽 어깨를 목표로 볼을 던져라. 분명 제구력이 좋아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사소한 캐치볼에도 의미를 둔 그 선배의 충고 덕분에 에스코바는 제구력이 정말 좋아졌고, 지금까지 통산 77승을 올린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2001년 어느 날 뉴욕 양키스의 양키스타디움. 햇병아리였던 왼손투수 테드 릴리(현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뭐든 쉽게 포기하는 단점이 있었다. 그때 한 선배가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난 메이저리그에서 지금까지 280승을 올렸지. 그 승리가 모두 퀄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실점 이하)였을까? 아니야. 초반에 4점을 주기도 했고, 연속 이닝 5점을 준 적도 있어. 그러나 난 포기하지 않았어. 선발투수로서 내 몫을 하기 위해 나를 추슬렀고 더 이상 점수를 주지 않고 5회, 6회까지 던지기 위해 노력했어. 그 과정에서 4점을 주고도 이겼고, 5점을 주고도 승리투수가 됐어. 내 승수는 그렇게 쌓인 거야."

 

그 선배의 조언을 듣고 릴리는 태도를 바꿨다. 그리고 1년 뒤인 2003년부터 3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두는 투수가 됐다.

 

이 밖에 로이 할러데이(토론토 블루제이스), 커트 실링(보스턴 레드삭스), 제이크 피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크리스 카펜터(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톰 글래빈(뉴욕 메츠) 등 기라성 같은 현역 투수들이 에스코바와 릴리에게 충고해준 그 선배로부터 조언을 듣고 자신을 성장시켰다.

 

그들에게 조언해준 선배는 바로 '살아 있는 전설' 로저 클레멘스(44.휴스턴 애스트로스)다. 현재 341승을 올린 그는 그런 태도로 메이저리거들의 우상이 됐다. 위 얘기는 지난달 미국 신문 USA투데이에 소개된 '멘토'로서의 클레멘스에 대한 스토리 가운데 일부다. 그의 집념과 몰입, 승부근성과 자기관리는 모든 선수에게 존경의 대상이다.

 

국내 프로야구 2위를 달리고 있는 한화는 올해 미국에서 팀으로 복귀한 구대성이 후배들에게 클레멘스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서 가져온 20㎏짜리 조끼를 후배 투수들에게 소개, 그 조끼를 입고 뛰게 하면서 허리와 하체 강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체 운동에 효과가 큰 고무줄 훈련법도 전수했다. 자기관리의 노하우와 근력 강화에 대한 비법을 전해 준 구대성 효과가 팀의 상승세에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이다. 이처럼 지혜롭고 믿을 수 있는 인생의 조언자 '멘토'를 만들고, 그의 조언을 받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 인생을 슬기롭게 살아가는 길이다.

 

이태일 야구전문기자

 

자료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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