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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피치] 승짱 방망이 '+10g'의 비밀

---Inside Pitch

by econo0706 2022. 10. 1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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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04. 05

 

모두가 함정이라고, 무덤이라고 했던 길을 이승엽이 당당하게 헤쳐나가고 있다. 성공하기 힘들 거라는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홈런을 펑펑 터뜨리고, 결정적인 순간 팀을 승리로 이끄는 주인공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성공적인 부분은 하라 감독의 말대로 팀의 리더역할을 하고 있는 점이다. 외국인 선수로서 팀 내 다른 선수들과 융화하기도 어려울 거라고 걱정했던 부분을 이승엽은 정반대로 돌려놓았다.

 

이승엽 초반 성공의 한 편에 그가 쓰고 있는 방망이에 대한 비밀이 있다. 이승엽은 자신의 주가를 한껏 높인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회 때 무게 890g의 다소 가벼운 방망이를 사용했다. 지난해 930g의 방망이까지 사용했던 그였다. 가벼운 방망이를 선택한 이유는 상대투수의 공이 더 빠르고, 더 힘이 있을 거라는 예상에서 비롯됐다. 대회 동안 다섯 개의 홈런을 때려낸 이승엽은 "파워보다 타이밍을 맞춘다는 느낌으로 때린다"고 말했다. 일본.멕시코.미국의 투수들이 일본 정규시즌에서 상대했던 투수들보다 힘있는 공을 던지기 때문에 평소보다 가벼운 방망이를 사용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 판단은 적중했다.

 

WBC가 끝나고 일본 프로야구로 복귀하면서, 이승엽은 또 한번 자신만의 전략을 세웠다. "첫 인상이 중요하죠. 모두 나에게 기대가 큽니다. 또 짧은 시간에 많은 걸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실패의 확률을 줄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승엽은 지난달 31일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의 시즌 개막전 때 900g짜리 방망이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WBC 때보다 10g 무겁지만 대신 공이 방망이에 맞는 '헤드'(이승엽은 '스윙 부분'이라고 부른다) 아래쪽이 다른 방망이보다 얇고 가는, 그런 방망이를 자신의 '무기'로 골랐다. 그런데 자신이 갖고 있는 방망이 가운데는 그런 모델이 없었다. 평소 자신이 쓰던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팀 동료 아베(포수)의 방망이를 빌렸다. 빌린 방망이였지만 이승엽의 판단과 분석은 정확했고, 그 방망이로 개막 3연전에서 두 개의 홈런을 포함해 5안타를 때렸다.

 

이승엽은 "스윙부분 아래가 얇고 가늘기 때문에 스윙에 간결한 느낌이 온다. 일본 투수들의 직구는 느낌으로 대처하는 게 맞다. 그 모델이 맘에 들어 다시 주문을 했다. 며칠 있으면 내 방망이를 들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차분하고 정확하게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판단과 대처로 성공의 문을 열었다. 방망이를 빌려 쓰면서 동료와 친해지고 허물이 없어지는 효과도 얻었다. 준비와 친화력. 이승엽 초반 호조의 키워드다.

 

이태일 야구전문기자

 

자료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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