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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축탁축(淸蹴濁蹴)] K리그에 '즐거운 마당'인 ACL은 '약속의 땅'

--최규섭 축구

by econo0706 2022. 11. 1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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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4. 15.

 

“익어 가는 빛깔로 오시는 이여 / 그대의 넉넉함을 이제야 아옵니다. / 열매들이 곱게 물들어질 때 / 약속의 이 땅은 풍성해지고 / 아침 이슬 튕기는 힘찬 발길 위에 / 추수하는 기쁨이 넘쳐 흐릅니다. / (하략) /”(‘가을 옆에서’·신영옥)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는 1967년 첫 잔을 띄웠다[濫觴(남상)]. 1954년 창설된 AFC가 아시아 축구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의욕적으로 내디딘 첫걸음이었다. 그러나 아시안 챔피언 클럽 토너먼트로 출발한 이 대회는 미개최(1968년, 1973~1984년)와 취소(1972년) 등으로 초반 불안한 행보를 보였다. 1985년 대회명을 바꿔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으로 새롭게 출발하며 비로소 싹트고 꽃피울 기운을 내뿜었다.

2002년 다시 한번 거듭났다. 이해에, AFC는 각국 FA컵 우승팀에 티켓을 줘 1991년 창설한 아시안 컵위너스컵과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을 통합한 ACL을 선보였다.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고의 ‘축구 대제전’으로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K리그, ACL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연기 펼쳤다

ACL은 ‘약속의 땅’이었다. 한국 프로축구(K리그)가 아시아 으뜸의 힘을 갖췄음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은 마당이었다. 1983년 프로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K리그가 아시아 축구계에 위엄을 떨치는 데 자양분이 된 ACL이다.

K리그엔 ‘즐거운 마당’인 ACL이었다. 첫 무대였던 2002-2003시즌부터 2021시즌까지 19회 막이 오르는 동안 가장 많은 주인공을 배출했다. 여섯 번씩이나 정상에 올랐다. 두 번째인 일본 J리그(4회)를 따돌리며 최고로 각광받은 주인공, 곧 K리그였다.

외연을 넓히면 더욱 두드러진 발자취를 남겼다. ▲ 아시안 챔피언 클럽 토너먼트 4회 ▲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 17회 등 모두 21회가 무대에서 펼쳐지는 동안 가장 화려한 연기를 펼쳤다. 역시 여섯 번씩이나 제일 눈부신 연기를 펼친 주인공도 K리그였다. 이 무대에서도 J리그는 K리그 다음가는 조역(3회)에 불과했다.

이 모두를 엮어도, 최다 우승의 영광을 누릴 주인공은 당연히 K리그다. 총 41번의 무대에서, 열두 번 으뜸 주역을 맡아 열연했다(표 참조). 2위(7회)와 3위(6회)에 각각 자리한 J리그와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를 압도한 빛나는 연기였다.

주인공 역을 연기한 클럽도 K리그가 가장 많이 무대에 올렸다.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 초대 챔프였던 부산 아이파크(1985-1986시즌·당시 대우 로얄즈)를 비롯해 6개 클럽이 주인공의 영광을 안았다. 포항 스틸러스가 3회로 최다 주역의 영광을 차지했고, 성남 FC·전북 현대·수원 삼성·울산 현대가 각각 2회로 그 뒤를 이었다.

이 부문에선, J리그도 K리그와 자리를 같이했다.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2회)를 필두로, 주빌로 이와타·제프 유나이티드 이치하라 지바·도쿄 베르디·감바 오사카·가시마 앤틀러스(이상 1회) 등 6개 클럽이 주역으로 무대를 빛냈다.

단일 클럽으로는 프로패셔널리그의 알힐랄이 최고로 눈부셨다. 4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포항에 한 걸음 앞섰다.

이 부문 외연을 순수한 현재의 ACL로 좁히면, K리그와 프로패셔널리그가 나란히 최다 주역 클럽을 내놓았다. K리그에선 전북과 울산이, 프로패셔널리그에선 알힐랄과 알이티하드가 각각 두 번씩 열연하며 자국 리그 이름을 빛냈다.

한 번이라도 달콤한 우승 연기를 뽐낸 리그는 10개였다. 위 3대 리그를 비롯해 이란 페르시안 걸프 프로리그와 중국 슈퍼리그와 이스라엘 리갓 하알(이상 3회), 카타르 스타스리그와 태국 리그(이상 2회), UAE(아랍에미리트연합) 아라비안 걸프리그와 호주 A리그 멘(이상 1회) 등이 돋보이는 연기를 펼쳤다.

ACL은 다음 시즌부터 추춘제로 개편된다. 춘추제로 열리는 마지막 무대인 2022시즌은 지난 8일 본선 무대의 막이 올라갔다. 이번 시즌 무대에 오른 K리그 네 팀은 15~16일 조별 라운드 첫 연기를 선뵌다. 대구 FC(F조) 전남 드래곤즈(G조) 울산 현대(I조)가 각각 슈퍼리그의 산둥(山東) 타이산(泰山), 필리핀 풋볼리그의 유나이티드 시티, J리그의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15일, 전북 현대(H조)가 A리그 멘의 시드니와 16일에 연기를 다툰다.

2023년 2월 26일까지 대장정에 들어간 ACL 2022시즌에서도 과연 K리그는 맹위를 떨치며 ‘맹주’로서 존엄을 지킬 수 있을까? 2년 만에 으뜸의 자리에 올라서려는 K리그의 연기가 어떤 형태로 펼쳐질지 궁금하다.

 

최규섭 /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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