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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축탁축(淸蹴濁蹴)] 한국,16강 장밋빛 꿈 부풀릴 수 있는 까닭은?

--최규섭 축구

by econo0706 2022. 11. 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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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4. 03.

 

물은 일정한 형태가 없다. 어떻게 포용하느냐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둥근 그릇에 넣으면 둥글어지고, 네모난 그릇에 넣으면 네모가 된다. 연체동물도 따를 수 없는 유연함이다. 부드럽기 짝이 없다. 움켜잡을 수도 없다.

힘도 그럴까? 아니다. 파괴력은 오히려 으뜸이다. 모든 걸 휩쓸고 지나간다. 낙수조차 댓돌을 뚫는 힘을 지니고 있다. 하물며 흘러가는 물의 힘은 어떠할지…. 모든 걸 집어삼킬 양 거칠 게 없다. 그 호호탕탕(浩浩蕩蕩)함을 누가 당하랴?

전쟁도 마찬가지다. 일정불변의 태세란 있을 수 없다. 지형을 포용해 가며 흐르는 물처럼 변환의 묘가 필요하다. 상대의 태세에 따라 작전을 달리하며 그 허를 찔러야 한다.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종잡을 수 없는 전략을 운용해야 한다. 상대의 꾀를 내 꾀로 만드는 모략[將計就計·장계취계]의 효용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물과 전쟁, 둘인 듯하지만 하나다. 일맥으로 통한다. 병가의 으뜸으로 손꼽히는 손자는 거듭 갈파했다. “전쟁에는 일정한 태세가 없고, 물에는 일정한 형태가 없다”(『손자병법』허실편)

현대 스포츠는 “전쟁의 축소판”으로 비유되곤 한다. 그만큼 각종 전략과 전술이 펼쳐지는 마당이 스포츠 세계다. 오히려 승패에 대한 집착도는 더하다. 이기고 짐은 병가에서 늘 있는 일이라 했건만, 승리만이 절대 선으로 추구되는 곳이 스포츠 천하다.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은 세계 으뜸의 스포츠 무대다. 당연히 가장 불꽃 튀는 각축전이 벌어지는 전장(戰場)이다. 당연한 현상이다. 그 누구인들 축구 천하의 정상에서 포효하는 늠름한 패자(霸者)의 풍모를 꿈꾸지 않으리오.

세계 각 지역에 만들어진 예선 관문을 뚫은 32 제후가 2022 카타르 월드컵 패권을 놓고 마지막 힘을 겨룰 상대가 확정됐다. 지난 2일 새벽 도하에서 펼쳐진 본선 조 추첨은 환호와 탄식이 엇갈린 희비쌍곡선 무대였다.

16강 결선 진출 가능성 높은 조 편성… 한마음 한뜻 이뤄 태세 갖춰야

한국엔 최상은 아닐지 몰라도 최악은 아니었다. 포르투갈·우루과이·가나와 함께 H그룹에 묶인 조 추첨 결과는 절망보다는 희망 쪽에 가깝다. 12년 만에 조별 라운드 관문을 넘어 16강 결선에 오를 수 있다는 장밋빛 꿈을 부풀릴 만한 조 편성이었다.

FIFA 세계 랭킹을 토대로 한 관측은 더욱 그런 생각을 짙게 한다. 포르투갈은 이번 포트 1에 속한 나라 가운데 맨 밑인 8위(이하 3월 31일 기준)다. 우루과이는 포트 2에 속한 8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13위)다. 포트 4에 속한 가나는 이번 카타르 본선 무대에 오른 32개국 가운데 가장 낮다(60위).

역대 월드컵에서 맞붙어 거둔 전과에서도 해 볼 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은 포르투갈과 한 번, 우루과이와 두 번 각각 힘을 겨룬 바 있다. 결과는 1승 2패였다. 포르투갈엔 승리를 구가했다. 2002 한·일 대회 때 조별 라운드 최종전에서, 박지성의 결승골로 달콤한 승리(1-0 승)를 맛봤다. 반면, 우루과이엔 거듭 졌다. 1990 이탈리아 대회 때 조별 라운드에서 0-1 패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16강전에서 1-2 패를 각각 당했다.

가나와는 월드컵에서 만난 적은 없다. 역대 전적에선 3승 3패로 팽팽한 호각세다.

외연을 대륙 연맹으로 넓혀 역대 월드컵 전적을 봐도 비슷한 전망이 내려진다. 이번 카타르 대회 조별 라운드에서, 한국은 UEFA(유럽축구연맹: 포르투갈), CONMEBOL(남미축구연맹: 우루과이), CAF(아프리카축구연맹: 가나) 산하 회원국과 각각 일전을 치른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은 ▲ 유럽 국가와 5승 6무 12패(승률 34.8%) ▲ 남미 국가와 1무 4패(승률 10%) ▲ 아프리카 국가와 1승 1무 1패(승률 50%)를 각각 기록했다(표 참조).

보통 “한국 축구는 체격에서 현격한 우세를 보이는 유럽 국가에 약세를 면치 못한다”라고 한다. 그렇지만 한국이 ‘축구 변방’의 오명을 씻고 중심권에 진입한 2002 한·일 대회 이후를 보면 실상은 다르게 나타났다. 다섯 번(2002~2018) 본선 마당에서, 한국은 유럽 국가와 13차례 맞붙어 5승 3무 5패로 한 치도 기울어짐 없이 팽팽했다.

이에 비해 남미 국가엔 1무 1패로 열세였고, 아프리카 국가엔 1승 1무 1패로 균형을 이뤘다.

상대 국가들이 내림세에 있다는 점도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크게 하는 요소다. 세대교체에 실패한 포르투갈과 우루과이는 전력의 약화가 눈에 띈다. 이번 유럽 예선에서, 포르투갈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에 올랐을 정도였다. 남미 예선에서, 우루과이는 2위 아르헨티나(승점 39)에 11점이나 뒤지며 3위(승점 28)로 본선 티켓을 따냈을 만치 옛 모습을 떠올리기가 힘겹다. 2006 독일 대회 때 16강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때 8강 등 거푸 결선에 진출했던 가나도 이후 노쇠한 기미를 띠며 몰락해 가는 듯한 인상이다.

월드컵 통산 성적에선, 우루과이(9위·24승 12무 20패)→ 포르투갈(16위·14승 6무 10패)→ 한국(28위·6승 9무 19패)→ 가나(37위·4승 3무 5패) 순이다.

“강함과 약함은 태세에서 온다.”(『손자병법』 병세편). 이 맥락에서, 손자는 “상하가 하고자 하는 것이 같으면 이긴다”(『손자병법』 모공편)라고 강조했다.

상대는 결정됐다. 똑같은 방책 아래서 승리는 결코 되풀이되지 않는다. 그때그때 형세에 맞는 전략과 전술을 운용할 때 승리를 기약할 수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아는[知彼知己·지피지기] 기초 위에서 적이 변하면 나도 변하는[敵變我變·적변아변] 방법과 수단을 취해야 한다. 이때 감독과 선수가 한마음 한뜻을 이뤄야 더욱 효용성이 높아짐은 물론이다.

 

최규섭 /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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