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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리가 돋보기] ‘아이돌 감독’ 나겔스만의 네 가지 제안

--강한길 축구

by econo0706 2022. 11. 1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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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01. 09

 

작전 타임, 비디오 판독, 5분 퇴장, 교체 확대 등 거침없는 주장


TSG 1899 호펜하임의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현재 독일에서 가장 주목 받는 축구인이다. 프로무대 경험이 전혀 없던 20대의 젊은 감독이 중하위권의 호펜하임을 단숨에 리그 상위권 팀으로 바꿔놓았다. 심지어 호펜하임은 올 시즌 분데스리가 전반기를 통해 한 번도 지지 않았다. 현재 독일에서 나겔스만 감독의 인기와 인지도는 국가대표 선수 못지 않다. 어느 순간부터 유럽전역이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독일 스포츠 매체 슈포트빌트(Sport Bild)에 따르면,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영국의 아스널, 스완지, 스페인의 발렌시아, 말라가, 이탈리아의 인터 밀란 등 수 많은 명문 클럽에서 러브콜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최근 더선(The Sun)과의 인터뷰를 통해 "언젠가는 독일 또는 타 리그의 우승권 팀을 맡아보고 싶다"고 했다. 그가 지금처럼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 나간다면 더 많은 클럽이 그를 원할 것이다.

점점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나겔스만 감독이 최근 독일 매체 하일브론너 슈팀메(Heilbronner Stimme)와의 인터뷰를 통해 몇 가지 축구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가 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네 가지 사항은 전반적으로 선수나 팬들을 위한 솔루션이라기 보다는 감독 입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언급했다고 보아야 한다.

▶ 전 ·후반 각각 한 번씩 작전타임


나겔스만 감독은 가장 먼저 전 ·후반 각각 한 번씩 작전타임을 신청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주제 무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도 레알 마드리드 감독 시절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감독들의 입장에서 경기 중 작전타임이 있다면 선수들과 더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경기에 더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에 있는 휴식시간은 10분에 불과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사기를 북돋기에는 너무 짧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이에른 뮌헨을 맡았을 때 경기 중 선수들에게 쪽지를 전달해 논란을 일으켰다. 감독들이 그 만큼 경기 중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며 경기에 직접 관여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감독들에게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권리를


나겔스만 감독은 비디오 판독 시스템 도입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감독들에게 비디오 판독 요청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시범적으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도입된 경기에서는 심판들이 그 역할을 맡았다. 나겔스만 감독은 심판들에게 부과된 책임과 역할이 과중하다고 생각한다. 감독들에게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권한이 생긴다면 심판들보다 좀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확신한다.

▶'전략적인 파울'에 대한 ‘5분 퇴장’ 제도 도입


그는 또한 전략적으로 파울을 한 선수를 5분간 퇴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겔스만 감독은 “전략적 파울을 여덟 번이나 한 선수에게 옐로 카드 한 장을 주어서는 큰 의미가 없다. 해당 선수는 바로 5분간 그라운드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전략적 파울'이란 상대방의 빠른 역습을 끊기 위해 주로 미드필드 지역에서 이뤄지는 고의적인 파울이다. 또한, 극단적인 경우 상대팀 선수들에게 강한 태클이나 몸싸움을 통해 대미지를 입히고 기선을 제압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전략적 파울은 오랫동안 많은 팀들이 상대의 경기 흐름을 끊기 위해 활용한 중요한 수단이었다. 최근에는 심판들이 전략적 파울을 막기 위해 가차 없이 카드를 꺼내고 공격팀에게 최대한의 어드밴티지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략적 파울에 대한 ‘5분 퇴장’ 제도가 도입 된다면 고의적인 파울은 현저히 줄 것으로 예상된다.

▶ 교체 선수 수 늘리기


나겔스만 감독은 현대 축구의 흐름상, 각 팀이 보유하는 선수의 수가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많은 선수를 보유한다는 것은 팀에게는 좋은 일일 수 있지만 그만큼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아진다는 의미다.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팀 또는 감독에게 불만을 가질 것이며 이는 팀 전체에 독이 될 수 있다. 나겔스만 감독은 현재 한 경기에 세 명만 바꿀 수 있는 규정을 바꿔 교체선수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 호펜하임에서는 에두아르도 바르가스, 아담 살라이 등 좋은 선수들이 많은 출전기회를 부여받지 못해 팀에 불만을 드러내며 이번 겨울 휴식기에 이적을 모색 중이다. 감독들 입장에서 경기 중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고 빠른 전술적 변화를 꾀하기 위해 교체 선수 세 명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나겔스만 감독의 제안은 축구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 나겔스만 감독의 네 가지 제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장점만 있지 않다. 오히려 축구의 묘미를 떨어뜨릴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우선, 경기 중 작전타임이 도입된다면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나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축구의 묘미는 전 ·후반 각각 45분간 흐름이 끊기지 않고 경기가 지속된다는 데 있다. 이 시간만큼은 선수들이 모든 것을 판단하고 상황에 맞게 유기적으로 경기를 이끌어간다. 이를 통해 감독들도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하며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되며 팬들을 감동시킨다. 아울러, 작전타임 요청은 타 종목에서와 같이 상대방의 좋은 흐름을 끊기 위해 사용될 가능성도 있어 전체적인 경기의 속도와 질을 낮출 수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전략적 파울에 대한 ‘5분 퇴장’ 또한 경기의 흐름을 자주 끊어 집중도와 질을 낮출 우려가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판정논란을 불러올 것이며 전략적인 파울 범위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나겔스만 감독의 생각처럼 감독들이 심판들보다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입장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리라는 보장도 물론 없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비디오 판독 요청은 상대방의 흐름을 끊고 견제하는 제2의 전략적 파울로 거듭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에 대한 제제가 도입된다 해도 결국은 판정논란과 경기지연이라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여러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나겔스만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신예 감독답게 더 나은 축구를 하고 효과적으로 팀을 운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런 고민이 지금 그를 유럽에서 가장 주목 받는 신예 감독으로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나겔스만 감독은 분명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인물이다. 축구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세계 축구계를 향해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소신 있는 모습은 그가 향후 최고 감독 반열에 오르는데 밑거름이 되리라. 분데스리가 후반기 시즌에 호펜하임이 계속해서 무패행진을 이어갈지 매우 궁금하다.

 

강한길 객원기자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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