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4. 17.
롯데 자이언츠의 핵심 전력으로 기대 받았던 외국인투수 댄 스트레일리(35)와 찰리 반즈(28)가 시즌 초 나란히 난조를 보이면서 우려를 사고 있다.
올 시즌 롯데의 선발 평균자책점(ERA)은 5.46(64.1이닝 39자책점)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9위다. 전체 선발승 4승 중 3승을 챙긴 나균안이 홀로 고군분투했지만 스트레일리, 반즈의 부진이 미친 영향이 컸다. 스트레일리는 3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ERA 5.74(15.2이닝 10자책점)에 그쳤고, 반즈는 2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ERA 10.80(10이닝 12자책점)에 머물렀다.
스트레일리는 지난해 롯데 선발진에서 수비무관평균자책점(FIP·3.94)이 ERA(2.31)보다 높은 유일한 선수였다. FIP의 계산식에는 홈런, 삼진, 볼넷 등 투수의 책임이 큰 지표가 들어간다. 이보다 ERA가 높으면 수비의 도움이 저조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의 경우는 반대에 해당한다. 2020년부터 4년간 볼넷, 홈런 허용 지표와 달리 탈삼진율의 감소는 유독 도드라진다. 탈삼진 1위에 오른 2020년에는 26.4%였다가 2021년 23.0%, 2022년 21.2%로 차츰 내려가더니 현재는 16.4%에 머물렀다.
▲ 롯데 스트레일리(왼쪽)·반즈. / 롯데 자이언츠
구속 감소도 눈에 띄는 요소다. 구속과 탈삼진은 개연성이 높은 지표다. 직구를 비롯해 주요 구종인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의 구속 모두 내려갔다. KBO 공식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전체 구종의 평균 구속은 2021년 시속 139.5㎞를 찍었으나 2022년 136.5㎞, 2023년 134.1㎞로 느려졌다. 그 중 그가 삼진을 잡을 때 주로 섞던 커브는 상하 무브먼트가 전년도(-18.5㎝) 대비 -20.6㎝로 커졌지만 1.1㎞ 느려진 직구 영향도 적지 않아 보인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들쑥날쑥한 커맨드 개선과 투구 패턴의 변화를 바라고 있다.
반즈에게서도 지난해 에이스의 면모가 보이지 않는다. 2경기, 10이닝 동안 16안타를 허용한 점이 특히 우려스럽다. 다만 지난해 풀타임 선발투수로 노하우를 처음 익힌 만큼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도 크다. 김선우 해설위원은 “투구 컨디션이 올라가는 과정이라면 부진한 결과를 내거나 우려를 살 수 있다. 로테이션이 더 익숙해지고, 구단 차원의 철저한 관리가 따르면 달라질 수 있다”고 짚은 바 있다.
이들 2명은 롯데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돼야 할 선수들이다. 지난해 롯데가 새로운 외국인투수를 영입하지 않고 일찌감치 둘과의 동행을 택한 이유도 변수를 줄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롯데는 포스트시즌(PS) 진출이 절실하다. 아직 시즌 초반에 불과하나 2명에게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나균안 홀로 고군분투…박세웅이 짊어진 책임감
7위에 머무르고 있는 롯데가 고민에 빠진 이유, 마운드 때문이다.
선발 및 불펜 평균자책점이 각각 5.46(9위), 8.10(최하위)으로 시즌 초반인 점을 감안해도 썩 만족스럽지 않은 수치다.
선발진에서는 나균안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3경기 18⅔이닝 3승 평균자책점 1.45를 기록, 다승 부문 선두에 올랐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15일 삼성전에서는 위기 관리 능력까지 뽐내며 5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승리를 챙겼다.
그에 비해 나머지 투수들은 다소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댄 스트레일리, 찰리 반즈 두 투수 모두 아직 시즌 첫 승을 달성하지 못했다. 반즈는 16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⅔이닝 10피안타(1피홈런) 5사사구 3탈삼진 8실점을 기록, KBO리그 데뷔 후 개인 한 경기 최다 실점 '불명예'를 떠 안았다.
불펜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있었다. 미성년자 성범죄에 연루된 서준원이 경기에 뛸 수 없고 수술대에 오른 이민석도 시즌 아웃됐다.
핵심 투수가 두 명이나 빠진 만큼 코칭스태프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베테랑' 김상수를 제외하면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이 대부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신인' 이태연과 이진하는 경험을 쌓을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 롯데 박세웅 / 엑스포츠뉴스DB
결국 누군가는 마운드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마운드 과부하를 막을 수 있는데,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선수가 바로 박세웅이다. 18일 KIA 타이거즈전 선발투수로 예고된 그는 예정대로라면 23일 NC 다이노스전까지 '주 2회 등판'을 소화한다.
롯데 못지않게 박세웅도 승리가 간절하다. 정규시즌 개막 후 2경기에 등판해 9⅔이닝 1패 평균자책점 4.66을 기록,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투구 내용이었다. 패전을 겨우 면한 12일 LG 트윈스전에서도 5이닝 7피안타 3사사구 3실점으로 고전했다. 4월에만 3승을 쌓은 지난해보다 페이스가 다소 더딘 편이다.
기분 좋게 한 주를 시작하려면 결국 18일 KIA와의 홈 경기에서 승리를 차지해야 한다. 지난해 KIA전 성적은 4경기 22이닝 1승 1패 평균자책점 2.86이었다. 팀 타율 최하위로 추락하는 등 최근 KIA 타자들의 페이스가 떨어진 만큼 박세웅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팬들도, 구단도 여전히 그를 믿는다. '안경 에이스'라는 별명에 걸맞는 투구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마운드에 오르는 박세웅이 기대에 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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